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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하는 중견교사(한국의 30대:30·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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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하는 중견교사(한국의 30대:30·끝)

입력
1997.08.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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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되고픈 교육개혁 1세대/전인교육 실현위해 들어선 이 길/열악한 환경·변화하는 10대 틈새/‘청소년·교육’ 전문가를 꿈꾼다대부분의 교사들은 명함을 만들지 않는다. 물론 「아이들을 가르칩니다」라는 한마디가 가장 확실한 명함이기는 하다.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사회곳곳의 요소들과 접할 기회가 적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다시말해 전문가로서 사회적 발언권을 높이려는 노력이 부족했음을 암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문제들을 가장 절실히 느끼는 교사들이 바로 30대들이다. 세상의 변화에 발빠르게 적응해가며 자신있게 삶의 토대를 쌓아가는 같은 연배 친구들을 만나는 기회가 아무래도 잦기 때문이다. 서울 K고 이모(34) 교사는 『어쩌다 친구들과 술이라도 한잔 하는 자리에 나가보면 웬지 화제와 거리감을 느끼고 위축되는 기분마저 든다』고 씁쓸해 했다.

30대 교사들은 이같은 정서가 학교사회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털어 놓는다. 이제 막 교직에 뛰어들어 의욕에 찬 20대와 적당히 매너리즘에 빠진듯한 40대이상 사이에서 허공에 떠있는 듯한 느낌을 가지곤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30대들이 교사란 직업이 갖는 정형화된 틀을 깨고 새로운 교단의 환경을 만들고자 노력해왔던 것은 사실이다. 지난날 숱한 어려움속에서도 자율적이고 민주적인 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만들어졌던 전교조의 구성원중 50%가 30대 교사들이었다.

『우리가 이룬 성과는 컸다고 생각합니다. 학교민주화와 아이들에 대한 전인교육실현 등의 끊임없는 우리의 주장이 열악한 교육현실을 많이 변화시켰습니다』

전교조 정진후(38·전 안양예고 교사) 사무처장은 『이나마 일궈낸 교육현실의 발전은 지난 수년간 학생들을 위한 교육을 해보려는 30대 교사들의 노력 덕분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2-3년전부터 이들은 또다른 상실감에 빠져들고 있다. 무서운 속도로 변화하는 청소년들의 의식과 문화에 적응하는 것이 쉽지않아 난감해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과 의사소통이 안됩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어요. 교사란 직업이 아이들에겐 더이상 존경의 대상이나 특별한 존재가 아닌 것 같습니다. 복직한 전교조 출신 교사 가운데서도 변화한 학생들의 사고방식에 적응이 안돼 다시 그만둔 경우도 보았습니다』 최화섭(35·신명중) 교사의 말이다.

학생부 담당인 이용관(39·도봉중) 교사도 최근 학생들로부터 심한 배신감을 느낀 적이 있다고 했다. 이교사는 지난 5월 소위 학내의 문제학생 20여명과 함께 일주일간 금연교실에 다닌 적이 있다. 수료식하던 날 아이들은 담배를 끊겠다고 하나같이 맹세했다. 그러나 이틀후 이들은 학교 담벼락에서 담배를 피다 주민의 신고로 다시 이교사 앞에 끌려왔다. 좌절감을 느낀 이씨는 자신도 모르게 매를 들었다고 했다.

남녀공학 중학교의 학생부 담당인 김모(33) 교사도 지난 달 당혹스런 일이 있었다. 『가출이 잦았던 남자아이에게 술까지 사주면서 다시는 가출을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냈죠. 그런데 몇일후에 우리학교 여자아이와 다시 가출하더군요. 이틀을 헤맨끝에 남자아이를 잡아와 교무실에서 벌을 세웠는데 함께 가출했던 여학생이 와서 손수건으로 얼굴을 닦아주고 빵과 우유를 주더군요. 너무 화가 나서 여학생의 빰을 때렸더니 남자아이가 「친구를 건드리면 죽여버리겠다」며 그 길로 학교를 나가버린뒤 다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이와 같은 문제에 대해 많은 교사들은 입시위주의 교육에 원인이 있다고 지적한다. 이용관 교사는 『지금 교육은 대학에 들어가는 3-4명을 위해 나머지 6-7명은 들러리를 서는 격입니다. 이미 공부를 포기한 아이들에게 학교는 억압이며 유일한 낙은 함께 놀 수 있는 친구들뿐이죠. 이런 상황에서 문제학생 100명중 10명이라도 구제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어떻게든 나서보겠지만 그것도 불가능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30대 교사들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교사 스스로가 변화해야한다는 점을 충분히 자각하고 있다. 단지 막연한 사랑론이나 예전의 교육이론만으로는 더이상 아이들을 지도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학생들의 변화를 소화하고 정서를 익히지 않는 한 교사들은 더 큰 혼란에 빠져들게 될 뿐이다. 오정택(36·대치중) 교사는 『우리 30대 교사들은 무섭게 변화하는 일반직장의 동년배들에게 소외감을 느끼고 더 무섭게 변하는 아이들에게 놀랍니다. 막연한 사랑보다는 세상에 대한 감각을 익히고 아이들의 정서를 이해함으로써 또다른 출발을 해야할 때입니다. 막연히 교사라는 신분의 안정감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교육전문가가 되기위한 치열한 노력이 필요한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이제 명함을 만드는 교사들이 하나둘씩 늘고 있다. 세상의 변화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청소년문제와 교육에 관한한 전문가로서의 확고한 자기 기반을 다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러나 이들은 무엇보다 우리 사회가 먼저 교사들에게 사회적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더 많은 기회와 비전을 제시해주기를 바라고 있다.<유병률 기자>

◎전교조 복직 최병우·김지예 부부교사/다시 찾은 교육현장 촌지·학교폭력에 얼룩져 있지만 ‘신나는 학교 만들기’ 포기할 수 없다

『학생들은 쉬는 시간마다 교문으로 달려왔죠. 철창이 된 교문을 사이에 두고 학생들과 만나면서 연인과의 생이별도 이처럼 고통스럽진 않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89년 여름대학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교사들은 1,500여명이 교단에서 내몰려야 했던 그때 일을 이렇게 부른다. 해직교사들은 출근투쟁으로 맞섰지만 교문조차 통과할 수 없었다. 학생들은 쉬는 시간, 점심 시간마다 선생님을 만나러 교문으로 뛰어 왔고 교장 교감은 이를 막으려는 실랑이가 반복됐다. 2학기 개학과 함께 시작된 출근투쟁은 흰눈이 내릴 때까지 계속됐다.

최병우(37) 김지예(36·여) 교사도 이때 해직된 뒤 전교조 서울본부와 지부 등지에서 활동하다 91년 결혼했다. 그러나 이들 부부의 신혼은 힘겨웠다. 정신적인 상처가 어느정도 아물자 「생존」이라는 현실적인 문제가 다가왔다. 오방떡 하나 사먹을 돈도 없어 배를 곯았고 차비가 없어 웬만한 거리는 걸어다녀야 했다. 이렇게 심신이 지친 상태에서 12명의 동료 교사들이 세상을 등졌다. 대부분 스트레스가 원인인 암으로 판정을 받았다.

『누가 시킨 일이라면 그런 희생을 감수하면서까지 견뎌낼 사람이 있겠습니까. 모두 옳은 일이라고 여겼기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죠』

해직교사들은 94년 복직됐다. 그러나 5년만에 다시 찾은 교육현장은 옛날의 교실과 학교가 아니었다. 학생들도 변해있었고 선생님들도 달라졌다. 교육 현실의 병폐들은 하나도 개선된 것이 없었다.

복직후 최교사는 학생들을 위한 공연을 기획하고 꾸준한 상담을 통해 문제아들을 「선도」하는데 열정을 쏟고 있으며 김교사는 여교사의 출산휴가와 유가휴직 등을 주장, 이를 법제화하는데 힘을 보탰다. 지금은 50여곳의 학교 탁아소가 설치됐고 이를 일반에게도 공개했다.

하지만 아직 갈길은 멀다. 입시위주의 교육이 계속되면서 사교육은 점점 비대해져 공교육을 위협하게 됐고 교사들은 최소한의 자존심마저 팽개치고 있다. 교육개혁안도 어느새 유명무실해졌다. 이런 와중에 촌지수수와 학교폭력 문제가 불거졌다. 본질적인 문제는 은폐되고 대신 지엽적이고 주변적인 문제들만 자꾸 부각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들갑을 떨기보단 대안제시가 중요하다.

『교육계가 자정능력을 회복하는 것이 문제해결의 지름길입니다. 촌지를 받은 교사는 이를 교장에게 상납하고 교장은 담임배정으로 이러한 교사를 감싸도는 학교 현실에 대해 일반 교사들이 비판하고 감시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합니다. 선이 커지면 악은 당연히 줄어들기 마련입니다』

『학교폭력은 사실 우리사회의 광범위한 폭력행위에서 파생된 것입니다. 학생들이 상상하기 힘든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심리적이고 정신적인 병을 앓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경찰을 배치할 것이 아니라 전문적인 상담교사를 배치해야 학교폭력도 줄어들 것입니다』

교사로 임용된 지 15년. 세상은 달라지지 않았는데 사람들이 하나둘씩 달라지는 것이 가슴 아프지만 부부가 같은 길을 가다보니 서로 의지가 된다.

『해 볼 만한 도전이잖아요. 「신나는 학교」를 만드는 그날까지 우린 함께 할겁니다』<박일근 기자>

◎말하기 창피한 교사봉급/11년차 연봉 금융종사자와 1,400만원 차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의 조사에 따르면 교사들에 대한 경제적 처우는 일반 기업체에 다니는 직장인들에 비해 현저하게 열악하다. 특히 근속년수가 길수록 상대적 격차는 더욱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벌그룹 계열사인 H에너지 대졸사원과의 연봉(96년기준)차이가 초임 150여만원, 3년차 320여만원, 7년차 450여만원, 11년차 780여만원, 15년차 1,200여만원 등으로 해가 갈수록 급격히 차이가 벌어진다.

금융회사나 정보통신사들과는 격차가 더 크다. D증권과 비교해보면 초임은 400여만원, 3년차는 820여만원, 7년차 1,200여만원, 11년차 1,400여만원, 15년차 1,700여만원 등의 연봉차이가 난다.

30대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일치하는 결과가 나타난다.

지난 5월 교총의 조사에서 30대들이 대부분인 근속년수 10년차이하 교사들중 97.1%가 본인만의 수입으로는 가계를 꾸리기가 쉽지 않다고 대답했다. 「수입원이 본인밖에 없다면 현재 수입으로 가계를 유지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50%가 「약간 부족」, 47.1%가 「매우 부족」, 2.9%가 「보통」이라고 응답했다.

그래서 보충수업이 30대 교사들의 중요한 과외소득원이 되기도 한다. 최화섭(35·신명중 교사)씨는 『보충수업이 공교육의 자율성을 떨어뜨린다는 주장은 이미 오래된 논리』라며 『짭짤한 수당때문에 이제 보충수업을 내놓고 반대하는 교사들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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