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살깎기’ 카드로 김 회장체제 존속 노려기아그룹이 24일 국내 재계 초유의 대규모 임원감축을 실시한 것은 기아가 현재 처한 상황이나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으로 미루어 볼때 적지않은 의미를 담고 있다.
우선 기아는 「김선홍 회장의 사표」를 기아사태 해법의 고리로 인식하고 있는 정부와 채권단에게 「대규모 제살깎기」라는 카드로 『김회장 사표는 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하고 나섰다. 『김회장이 사표를 내게되면 기아살리기의 구심점이 없어지니 대신 경영진을 대거 몰아내겠다』는 대안을 제시하고 나선 것이다.
또한 이번 임원 감축을 통해 김회장은 확실한 친정체제를 구축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회장과 껄끄런 관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면서도 기아경영혁신기획단장을 맡아 온 한승준 부회장의 2선퇴진이 이같은 풀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한부회장을 축으로 한 고위 임원진의 대거 퇴진과 함께 김선홍 회장을 중심으로 박제혁 기아자동차 사장―유영걸 기아자판 사장―송병남 그룹경영혁신기획단 사장이라는 기아의 비상라인이 형성됐다. 이들 4인방이 기아살리기를 주도하겠다는 의지다.
특히 기아자동차 박사장의 부상이 두드러진다. 박사장은 고려대를 졸업한 뒤 69년 기아에 들어와 줄곧 김회장의 측근으로 활동한 기획통으로 기아부도유예이후에는 핵심주력사인 기아자동차 경영을 맡아 「그 역할」이 주목돼 왔다. 김회장이 여차하면 자신을 대행할 「포스트 김선홍」으로 박사장을 분명하게 지목하고 나섰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기아의 이번 조치가 꼬일대로 꼬인 기아사태를 푸는 계기로 작용하지는 못할 것 같다. 우선 채권단이나 정부 모두 기아의 이번 카드를 별스럽지 않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또한 한승준 부회장 등 일부 인사들이 자문단 등의 이름으로 여전히 기아에 남아 어느정도 실력을 행사하는한 진정한 인력감축으로 볼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그동안 무작정 버티기로만 일관하던 기아가 사태를 풀어보기 위한 카드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임원진의 대거 퇴진이 앞으로 기아사태 해결에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미칠 것 같다.<이종재 기자>이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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