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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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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7.08.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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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흥 큰들을 다 지나고 홍원에 이르렀다. 산물이 많아 경제적 사정이 윤택한 때문이겠지만 서울에서 귀향하는 유학생 무리가 많이 내린다…. 신포 경포의 얌전한 경치도 그런대로 훤한 뜻을 띠었고, 마양도는 외양부터 부유해 보이며…」 ◆1927년 백두산을 답사한 육당 최남선 선생의 「백두산 근참기」 중 함경남도 신포지역을 지날 때의 감상이다. 겉 보기에 부유해 보인다는 내용이 자주 나온다. 신포가 속해 있던 북청군 북청읍을 소개하는 글에도 「집은 대체로 남쪽보다 크고 번듯한데다 초가가 적으므로 비교적 부유한 기운이 돌며…」라 썼다. ◆「기차가 함경선 종점인 신포 인근 속후에 도착하자 역 앞에 두 줄로 정렬해 있던 자동차(택시)들이 삽시간에 승객을 가득가득 태우고 떠나는 것을 보고, 이런 시골에 택시손님이 그렇게 많을 수 있을까 놀라웠다」는 감상도 들어 있다. 또 번듯한 기와집이 촌으로 갈수록 많은 사실에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70년이 지난 오늘의 신포는 그렇지 않았다. 경수로 착공식 공동취재단이 보내온 사진과 화면을 보면 을씨년스럽기만 했다. 착공식장으로 가는 길은 진흙탕길이었고, 야산은 잡초만 뒤덮인 민둥산이었다. 길가의 옥수수는 키가 작아 수확이 가능할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취재단이 만나본 사람들의 얼굴도 핼쑥해 보였다. ◆이 지역에는 2003년까지 50억달러(약 4조5천억원)이상이 투자돼 경수로 원전 2기가 건설된다. 그동안 이 공사에 동원될 인력은 한국 기술진을 포함해 연 1천만명으로 추산된다. 그 활력이 밑거름이 되어 부유해 보이던 옛신포의 모습을 되찾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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