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임명 총 128명 보건복지부 8번 교체 최다/박양실씨 열흘재임 최단/총리는 6차례 바꿔/이수성씨 15개월 장수현정부 들어 얼마나 잦은 개각이 이뤄졌을까? 김영삼 대통령이 임명한 각 부처의 장관은 모두 128명. 장관급 인사까지 포함하면 이보다 훨씬 많다. 개각·보각 횟수는 서울시장 교체를 포함해 23차례.
행정부를 이끌고 가는 국무총리는 현 고건 총리가 6번째. 5년 집권 기간동안 국무총리의 평균 재임기간이 1년도 채 안되는 셈이다. 또 통일부총리는 6명, 경제부총리는 5명째로 행정부의 「빅3」만 17명이 임명됐다. 보건복지부는 조각을 포함해 8차례 바뀌었고 총무처가 7번, 환경부 6번, 교육부 5번 등 수시로 교체돼 장관 평균 임기가 1년이 훨씬 안됐다. 이성호씨는 복지부장관만 2차례 역임했고 박재윤씨는 경제수석을 포함, 3자리의 장관급 공직을 맡았다. 또 강운태 홍재형 정재석씨 등이 2개 부처의 장을 지냈다.
정권 출범과 함께 호남출신의 황인성 총리팀을 구성했지만 10개월도 안돼 이회창 총리로 바뀌었다. 가장 큰 경질이유는 쌀시장 개방으로 인한 민심이반. 이때 14개 부처 장관이 함께 교체됐다. 그러나 이회창 총리의 재임은 현 정부들어 가장 짧은 4개월로 끝났다. 이총리는 전격적으로 경질됐는데 정치권 및 청와대와의 불편한 관계가 원인으로 알려졌다.
94년 4월 임명된 이영덕 총리 역시 8개월 만에 이홍구 총리로 바뀌었고 17개 부처 장관이 함께 교체돼 가장 큰 폭의 개각이 이뤄졌다. 이회창 총리의 돌발적인 퇴진으로 자리에 오른 이영덕 총리는 성수대교 붕괴 등 악재가 겹친데다 정부조직 개편이라는 변수로 교체됐다. 이홍구 총리는 1년간 재임하다 이수성 총리로 바뀌었다. 이수성 총리는 15개월 가까이 재임, 가장 오랫동안 총리직을 수행했으나 한보사태와 김현철씨 구속 등으로 어려워진 정국 수습 차원에서 현 고건 총리로 교체됐다.
잦은 개각은 이전 정권부터 내려온 「전통」이었다. 특히 노태우 전 대통령은 5년동안 장관만 124명을 배출하기도 했다. 정무 10명, 내무 8명 등의 숫자가 보여주듯 장관의 평균 재임기간은 1년 1개월에 불과했다.
문민정부 개각의 특징은 잘못된 인선 탓에 발생한 도중하차가 많았던 것. 정권출범때 임명된 박양실 보사부장관과 김상철 서울시장이 열흘만에 교체돼 최단명 장관으로 기록됐다. 현직 노동부장관과 국방부장관이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까지 발생했다. 또 각종 대형 사고가 빈발해 문책 차원에서 관련 부처장들의 교체가 잦았다.<이상연 기자>이상연>
◎‘깜짝인사의 대명사’ 환경부/전문성보다 논공행상따른 낙하산임명 많아/총 6차례 수장교체 평균 10개월미만 재임
현 정부 들어 6번 수장이 바뀐 환경부는 논공행상에 의한 비전문가의 낙하산 등용이 줄을 이은 깜짝인사의 전형적 경우다. 내부 승진은 물론 전문성을 지닌 인사가 등용된 적이 없었고, 특별한 실책으로 교체됐다기보다 나눠먹기식 인사에 이용된 인상이 짙다. 이로 인해 장관 평균 임기가 10개월이 채 되지않는 단명장관 부서로 일반에 각인돼 있다.
11대 의원을 역임한 문민정부 초대 장관인 황산성 변호사는 환경에 대한 전문성이나 행정 경험은 없었으나 의욕을 앞세우고 동분서주하다 10개월 만에 하차했다. 법제처 차장 출신인 박윤흔 2대 장관은 당시 체계적이지 못한 환경법 개정에 중점을 둔 정책을 펼쳤지만 개발에 앞서 규제를 강화하고 엄격한 환경기준 규칙을 적용해야 하는 환경부의 특성을 정치력 부재로 살리지 못해 1년 만에 옷을 벗었다는 평가다.
신민주계 몫으로 입각한 3대 장관 김중위 의원과 농수산부장관과 정무장관을 거쳐 세번째로 장관직에 오른 정종택 4대장관은 정치적 영향력은 컸지만 1년 만에 장관실을 떠났다. 7개월로 최단기간 재임한 강현욱 의원은 대선을 앞두고 현역 의원이라는 이유로 물러났다. 잘잘못과는 별도로 「중립내각」의 유탄이 엉뚱하게 환경부로 튀어 희생된 경우다.
신임 윤여준 장관은 청와대 대변인 출신으로 역시 환경에는 문외한이다. 윤장관은 취임사에서 『전임자들이 벌려 놓은 정책을 무사히 진행하는데 역점을 두겠다』며 「마무리 투수」임을 자임했다. 새로운 정책입안보다는 6개월 장관으로서의 분수(?)를 지키겠다는 뜻이라 잦은 장관교체로 침체분위기였던 직원들은 그나마 안도의 숨을 내쉬고 있다.
외부에서 영입된 장관이 주요 부서의 업무를 이해하고 해당 간부의 능력을 파악하는 데만 몇개월 이상이 소요되는게 보통이다. 부임 뒤 정책을 입안해 예산에 반영하고 제대로 집행하는데까지는 2년 가량이 걸린다고 한다.
한 국장급 간부는 『업무 진행에 별 도움을 주지 못하면서 정책에 참견이나 하는 인사가 장관에 임명되는 것 보다는 차라리 내부 일은 부하 직원에게 맡기고 예산을 많이 따오든가 타 부처와의 갈등을 조정하고 외부 압력을 잘 막아낼 수 있는 「힘센 정치인」이 오는 것이 훨씬 바람직 하다는 생각이 퍼져있다』고 말했다.<염영남 기자>염영남>
◎각료임명 어떻게 하나/비서실서 2∼3명 복수추천/능력외 출신 등 고려 낙점
개각을 앞두고는 어느 부처가 바뀌고 누가 장관직에 오르는 지에 큰 관심이 모아진다. 여러 후보자들이 하마평에 오르게 되고 입각 예상자들이 줄줄이 언론에 거명된다. 대통령의 최종 낙점을 받기까지 후보들은 각종 검증단계를 거친다. 각료는 어떤 경로와 절차를 거쳐 결정되는 것일까.
먼저 대통령의 개각 의도에 따라 비서실에서 재임기간이 길거나 경질 대상자, 업무수행 능력이 떨어지는 장관 위주로 개각의 폭을 정해 건의한다. 대통령이 교체 부서를 지정하면 비서진은 각계 여론을 수렴, 후임자를 2∼3명 정도 복수 추천한다.
대통령은 이후 비서진에서 작성한 후보자의 신상명세서 외에 안기부 군 검찰 경찰 등 여러 경로로 올라온 정보 보고를 참고한다. 정보보고는 재산변동사항, 가족관계, 사상전력에서 개인적인 취미생활에 이르기까지 신상에 관한 거의 모든 자료가 취합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종 결정까지 가는 데에는 고향이나 학교, 출신 성분에 따른 안배 문제가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특정 지역출신이나 계파에 치우친 인사를 피하기 위해 「교통정리」가 종종 이뤄진다. 여기까지는 전형적인 인선 과정이지만 이런 절차가 무시되거나 엉뚱한 경로를 통한 낙점도 빈번하다.
5공시절 전두환 대통령은 주위의 의견보다 자신의 판단에 무게가 실린 인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단독 결정이 많아 최측근 외에는 개각내용을 알기 힘들었고 발표 직전까지 명단이 좀체 유출되지 않았다.
노태우 대통령은 가족회의의 입김이 개각에 많이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박철언 의원, 김복동 의원과 금진호 전 장관과의 회동에서 조각의 틀이 잡히곤 했다는 얘기다. 또 선거에 따른 논공행상으로 개각이 잦다 보니 TK인맥의 등용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김영삼 대통령은 가신그룹이나 비서진 외에도 현철씨의 의견을 참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로 인해 개각이 있을 때마다 몇몇 장관은 「소산인맥」이라는 설이 파다하게 돌기도 했으며 그와 줄을 대려는 고위급들이 많았다는 것이 정가에 나도는 얘기다.
신임자에 대한 통고는 발표 전까지 비밀에 붙이는 것이 원칙이지만 대통령이 직접 전화하거나 비서진이 통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퇴임시에는 별다른 예고없이 단행되거나 청와대 비서진에서 귀띔을 해주기도 한다. 단 해외출장 중이면 협상을 원만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귀국때까지 발표를 연기하든가 개각에 앞서 출장 자체를 연기하는게 국가간 예의로 통한다. 하지만 노태우 정권시절 이희일 당시 동자부장관은 원유문제로 중동국가와 협상하러 출국했다가 해외서 퇴임통고를 받아 협상이 단절되기도 했다.<염영남 기자>염영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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