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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수배 1호’/이기창 문화부 차장(앞과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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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수배 1호’/이기창 문화부 차장(앞과 뒤)

입력
1997.08.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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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이고 장관이고 자리만 많으면 뭘해. 다 제 잇속 챙기기에 바쁘지』『맞아, 여당이나 야당 모두 도××이지. 국민이 안심하고 신명나게 살도록 힘쓰는 ×은 눈을 씻고도 찾을 수 없어』 며칠전 퇴근길, 담배사러 동네가게에 들렀을 때 우연히 귀를 스친 얘기다. 예순은 넘은 듯한 두 노인이 옹색한 구멍가게의 구석에 앉아 세상살이의 답답함과 울화를 안주삼아 소주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요즘 처럼 정치인이 불신을 넘어 혐오의 대상이 되는 때도 없을듯 싶다. 한 영화사가 실시한 설문조사도 대다수 국민의 그러한 심정을 그대로 반영한다. 우리 사회에서 당장 「현상수배」돼야 할 사람의 맨 첫머리에 「국민을 속이는 정치인」이 꼽힌 것이다. 영화사 씨네 2000이 「현상수배」 개봉을 앞두고 지난 15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 앞에서 10대 및 20대 2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다. 정치인 다음으로 「성폭행범」과 「조직폭력배」가 2, 3위를 차지했으며 「돈이면 다라고 생각하는 사람」 「부실공사하는 사람」 「먹는 것 갖고 장난치는 사람」 「빨간 마후라 찾는 사람」 「KAL기 추락현장에서 사진찍은 국회의원」 「교통질서 안지키는 사람」 「뇌물받는 공무원」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조사의 신뢰도를 떠나 우리 현실에 비춰볼 때 절로 수긍이 간다. 정치현장에서 민생이 실종된지는 오래다. 굴지의 재벌들이 줄줄이 부도로 쓰러지거나 부도위기에 놓이고 경제가 파탄에 빠져도 책임지는 사람 하나 없다. 정치권은 온통 12월 대선에서 정권잡기에 혈안이다. 임기말기의 레임덕(권력누수) 현상이라지만 정부마저 세월이 약이라는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국가와 민족을 입에 달고다니는 정치인의 말은 이제 어린 아이도 믿지 않는다. 국가와 민족을 내세우기 전에 대통령후보들은, 그리고 정치인들은 스스로 자기검증을 해보는 게 순서일 것같다. 「수신제가」도 못하면서 「치국평천하」가 어디 가당키나 한 일인가.

『조국이 없으면 민족이 없고 민족이 없으면 무슨 당, 무슨 주의, 무슨 단체가 존재할 수 있겠습니까』 백범 김구 선생의 말이다. 새길수록 선생의 나라와 겨레사랑의 마음이 가슴에 와 닿는다. 백범 선생같은 민족의 사표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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