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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평잃은 「퇴직금」 결정(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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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평잃은 「퇴직금」 결정(사설)

입력
1997.08.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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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근로기준법의 퇴직금 우선변제에 관한 규정(37조 2항·구법 제30조의 2 제2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데 대해 당혹감을 갖는다. 헌재가 사안의 중요성이나 결정이 미칠 엄청난 파급영향에 미뤄볼 때 거기에 상응할 만한 균형된 심사숙고와 사려깊은 판단을 했는지 모르겠다.헌법재판소가 이런 결정에 이르는 과정은 그대로 존중하더라도 『근로자보다는 기업의 이익에 치우친 편파적 결정』이라는 노조측의 반발에 상당한 관심을 갖게 된다. 헌재의 결정은 법리적인 문제를 떠나 시대적인 상황으로 봐 균형을 상실하고 또한 부적절했다고 생각한다.

첫째 헌재는 퇴직금이 근로자에게 미치는 의미에 대해 올바른 평가를 하지 않았거나 하기를 거부했다. 퇴직금은 분명 근로자들이 사용자나 법인에 대해 청구할 수 있는 채권이다. 금리, 토지 등과 더불어 3대 생산요소의 하나인 노동의 대가의 일종이다. 다른 채권에 비해 중요성에서 조금도 처질 수 없는 경제적 비중을 갖고 있다. 사회적, 윤리적 비중에서는 퇴직금은 어느 채권보다 우선한다고 보는 것이 다수의 견해라 할 수 있겠다.

퇴직금은 근로자에게는 퇴직후의 소득원이다. 상속소득 등 기타소득이 없는 절대 다수의 근로자들에게는 삶의 유일한 생명줄이라 할 수 있겠다. 특히 사회보장 제도가 선진국처럼 발달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는 퇴직후의 생활을 보장해 주는 연금역할까지 한다. 헌법 제34조 1항은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제2항은 『국가는 사회보장·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둘째 헌재의 결정문이 기업측의 이익을 일방적으로 옹호하고 있다는 인상이다. 『퇴직금 우선변제가 담보가치의 효용성을 크게 떨어뜨리고 은행 등의 대출을 위축시켜 궁극적으로 기업이 담보가 있어도 대출받지 못하고 도산…』 운운한 것은 지나친 과장이다.

은행대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경영실적, 신용, 담보의 크기다. 마치 퇴직금 우선변제가 치명적인 걸림돌인 것처럼 표현된 것은 사실의 왜곡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또한 『사용자와 근로자는 기업의 일체적 운영 주체인데도…』라고 언급했는데 이것도 절대 다수의 경우 실제와는 상당히 동떨어진 말이다. 우리나라처럼 소유와 경영이 일체화돼 있고 오너(사용자)의 경영권이 강력한 곳은 별로 없다. 헌재의 결정은 이런 측면에서 형평성을 상실하고 사회정의에도 부합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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