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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7.08.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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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의 일상사를 언론에 전달하는 대변인만큼 중요기능을 수행하는 사람은 드물다. 사무총장 원내총무 정책위의장 등 통상 3역이라는 이들을 정당을 움직이는 기관차에 비유할 수 있다면, 대변인은 기관차 속도의 완급을 조절하는 가속페달이나 브레이크쯤 된다고나 할까. ◆따라서 공당의 대변인이 쏟아내는 한마디 한마디는 그만큼 무게있고 신중하고 사실에 근거해야 함은 너무나 당연하다. 아무리 정쟁이 과열된다 해도 이런 「기본」이 지켜지지 않으면 「브레이크가 파열된」모습이나, 「액셀러레이터가 고장난」지경과 다를 바 없다. 정당대변인의 험구나 견강부회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 여야대변인들의 성명·논평은 과연 이래도 되나 하는 의아함을 갖게 되는 경우가 한두번이 아니다. 국민회의대변인이 오익제씨를 안기부가 「기획입북」시킨 의혹이 있다고 해 소란을 빚었다. 대변인은 50대의 사회단체 유력인사로부터 그런 제보를 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시비의 어느 구석에서도 그 제보를 공표에 앞서 사실 여부를 확인했다는 언급이 놀랍게도 없다. 그 야당에 그 여당이랄까. 신한국당대변인도 어느 잡지보도를 인용, 김대중씨가 6·25때 미 함상에서 총살직전 살아났다고 했다가 미 공보원측으로부터 사실무근이라고 거센 항의를 받았다. ◆왜들 이럴까. 제보라고 사실인양 공개할 수 없음은 너무나 당연한 상식이다. 하물며 말썽이 나면 이를 제보자 책임으로 돌리는 일이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대변인의 입을 떠나는 순간 모든 말은 대변인의 책임이 되는 것이다. 대변인의 성명이나 논평이 시정의 뭇소리와 달라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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