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층 비리 잇달아 폭로/중남미정부에 ‘눈엣가시’역도선수에 가라테 고수이자 전직 이스라엘군인. 정보기관에 납치됐는가 하면 게릴라들에 의해 억류되기도 했다. 첩보영화에나 나올 법한 이 흥미로운 이력의 주인공은 파나마의 유력지 「라 프렌사」의 공동편집인 구스타보 고리티(49). 끈질긴 탐사보도로 중남미 언론계에서 명성이 자자한 그는 최근 파나마정부로부터 비자를 취소당하고 29일까지 이 나라를 떠나라는 통지를 받았다.
파나마 정부는 『외국인의 신문경영 참여를 불허하는 노동법에 따른 조치일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이를 곧이 듣는 사람은 없다. 그가 지난 1년간 잇달아 터뜨린 특종 기사들이 파나마 정부를 얼마나 괴롭혀왔는가를 잘 알기 때문이다. 그는 파나마 은행이 칼리 마약카르텔의 돈세탁창구로 이용되고 있음을 폭로했고, 94년 대선 당시 에르네스토 페레즈 발라다레스 대통령이 콜롬비아 마약왕에게서 거액의 기부금을 받은 사실도 밝혀냈다.
페루 출신인 고리티는 자국 정부에도 눈엣가시같은 존재였다. 알베르토 후지모리 정부의 독재통치에 맹공을 퍼붓던 그는 92년 정보기관에 끌려가 심한 고초를 겪었다. 그뒤에도 보디가드를 고용하면서까지 펜을 놓지 않던 그는 결국 탄압에 못이겨 미국으로 건너갔고 지난해초 라 프렌사에서 새출발을 했다.
그에 대한 추방명령이 알려지자 곳곳에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파나마주재 미 대사관은 성명을 통해 『그의 추방은 파나마의 언론자유에 의구심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밝혔다. 언론 및 인권단체들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이번 추방결정 배경과 관련, 암살설이 설득력있게 제기되고 있다. 파나마 정부가 페루 정보기관의 고리티 암살 음모를 감지, 자국에서 그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그를 추방키로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고리티 자신은 크게 개의치 않는 눈치다. 그는 암살설에도 불구하고 고국에 돌아갈 의향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가는 곳마다 권력층과 척을 지는 그의 전투적 보도태도를 감당할 만한 언론사가 있을 지는 미지수다.<이희정 기자>이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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