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늦게 들어오면 ‘빠떼루’/잔소리대신 스포츠규칙 활용하면 화도 풀리고 교육적 효과까지페어플레이정신을 굳이 스포츠경기에서 찾을 필요는 없다. 크고작은 갈등상황에 페어플레이를 위한 경기규칙을 적용, 갈등소지를 없애고 교육적 효과도 거두는 가족이 있다. 또 젊은 부부들중에는 공식적인 질의응답서를 작성, 부부생활에서도 페어플레이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페어플레이정신이 가족갈등을 막는 지름길」이라는 것이 이들 가족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두 남매를 둔 주부이자 출판사 편집부장인 옥명희(43)씨. 가족생활에 옐로카드제를 도입하고부터는 「이러다 주부우울증에 걸리지않을까」싶을 정도의 짜증꾼, 잔소리꾼 역할에서 해방됐다. 아이들이 말썽을 부릴때면 척 옐로카드를 내놓는 것으로 그만이다. 축구경기에서 옐로카드가 한번만 더 같은 잘못을 저지르면 퇴장당한다는 최후통첩이듯 옥씨 가족에게도 이 카드는 마지막 경고의 의미를 갖는다.
『큰아이가 유치원다닐때 TV축구중계를 보다가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아이들이 응원한다고 얼마나 떠드는지 몇번을 주의를 줬는데도 고쳐지지가 않는거예요. 안되겠다 싶어서 집에 있던 색종이로 당장 옐로카드를 만들었지요』
옐로카드를 선언하고 나서도 잘못된 행동을 고치지않을때는 한몫에 주던 용돈을 나눠 준다거나 팔들고 꿇어앉아있기 등 벌칙을 줬다. 축구경기에서 보던 벌칙을 실생활에 적용한다는 것이 재미있어서였는지 옐로우카드제는 효과를 발휘했다. 옥씨는 『무엇보다 아이들이 가족생활에서도 지켜야할 규칙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 큰 소득』이라고 말한다. 다만 남편만은 옐로우카드를 줘도 계면쩍게 쓱 웃고마는 정도여서 아직 입씨름의 대상이라고.
한살연상의 고교선배와 결혼한 주부 김정희(32)씨는 부부갈등 해소책으로 프로레슬링의 벌칙규정을 이용한다. 침대를 링 삼아 갈등의 원인을 제공한 사람에게 「빠떼루」를 세번씩 주어 속상한 사람이 뒤집기를 하는 것.
화가 난채로 말다툼하다 서로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히는 것을 피할 수 있고 일단 몸싸움을 해 스트레스를 한바탕 풀고난 뒤에는 얘기도 훨씬 허심탄회하게 잘 풀린다는 것이 장점이다.
PR회사에 다니는 배은주(33)씨는 업무 스트레스를 하소연할때마다 남편의 「그럼 일을 그만두면 될거아니냐」는 시큰둥한 반응에 매번 기분이 상했다. 결국 배씨는 지난달 「일하는 아내와 가정에 있는 아내중 어느쪽을 선호하며 이유는 뭔가」 「아내가 일하기를 원한다면 경제적인 이유인가 아내의 자아실현욕구를 인정해서인가」 등 10개항의 질문서를 남편에게 내놓았고 모든 문항에 대한 응답을 꼼꼼히 점검, 기록으로 남겼다.
가사와 회사일로 힘들때 이 질의응답서는 남편의 배려와 협조를 이끌어내는 증인역할을 톡톡히 해내고있다.
배씨는 『가족생활이라는 것이 서로에 대한 배려와 존중없이는 원만해지기 힘들다. 가족간에도 서로에 대한 규범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이성희 기자>이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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