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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화 지상주의’를 향한 도전/수채화·컴퓨터그림전 2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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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화 지상주의’를 향한 도전/수채화·컴퓨터그림전 2제

입력
1997.08.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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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채화는 맹숭맹숭한 그림」, 「컴퓨터미술은 기계가 그린 그림」.우리나라 콜렉터들은 유화에 대해 유난히 애착이 강하다. 물론 우리만 그런 것은 아니다. 어디서든 그림은 일단 유화를 제일로 친다. 작가들은 이런 반응쯤은 각오해야 하지만 그래도 이런 편견에 대한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정우범전/51세 되도록 수채화 외길/추상적 구상화기법 눈길

30일까지 선화랑(02―734―0458)에서 열리고 있는 「정우범」전. 정씨는 수채화가이다. 조선대 교육대학원에서 미술을 전공했던 그는 나이 쉰하나가 되도록 광주서 살며 수채화만을 그렸다. 국내에서 6번의 전시회를 가졌고, 미국 올랜도시티 갤러리, 워싱턴 미셀 갤러리, 파리 실브 갤러리 등 외국서도 심심찮게 개인전을 열었다. 하지만 아직도 사람들은 그를 낯설게 여긴다. 수채화의 담백한 맛이 좋아 평생을 매달렸지만 그 담백함을 사람들은 「가벼움」 혹은 「만만함」으로 받아들였다.

정씨는 이런 편견에 대들듯 이번 전시에서 꽤 도전적인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우선 곱게 그리는 여느 수채화의 방식을 피했다. 유화 붓에 물기가 별로 없는 물감을 묻혀 뻑뻑하게 그렸다. 붓질은, 물론 힘차고 빠르다. 그리고 나선 분무기로 물을 뿜어 물기를 더하고, 물감기를 빼낸다. 아르슈지 위에서 물감과 물의 상호작용을 일으키는 것이다. 연한 물감으로 칠해져 어딘지 트릿해보이던 수채화는 동양화 못지않은 번짐의 여유와 함께 깊은 공간감을 갖게 된다. 구상적 정물화 방식을 버리고 추상적 구상화의 방법을 택한 것도 수채화에 사색의 맛을 더하기 위한 시도이다. 「겨울 목화밭」 「석양의 곰소항」 「마이산 탑사」 등은 이런 노력으로 나온 작품이다.

◎김석­컴퓨터로 그린 그림전/전통미술 ‘유일성’에 복제시대 예술의 반란

기계복제 시대의 새로운 예술, 컴퓨터로 만든 그림을 전시하는 이는 뉴욕 플랫인스티튜트에서 컴퓨터그래픽을 전공한 김석(37)씨. 작고한 조각가 김세중씨와 시인 김남조씨의 둘째 아들로 조각가 김 범씨는 동생이다. 가족사로 보면 꽤 서정적 작업을 할 것 같지만 작품은 컴퓨터로 만들어졌다. 28일부터 9월5일까지 서림화랑(02―514―3377)서 열리는 「컴퓨터로 그린 그림」전에는 6호에서 20호 크기의 작품 22점이 전시된다.

「기계가 그린 것이 어떻게 예술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그의 답. 『컴퓨터는 인간의 의식을 나타내는 도구이다. 대신 그 도구는 복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많은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예술작품이라고 왜 단 하나만 존재해야 하는가』 「유일성」을 강조하는 전통적 장르에 대한 복제시대 예술의 정면 도전인 셈이다. 예상과 달리 작업엔 썩 시간이 걸린다. 모델링과 매핑 같은 어려운 단어가 동원되는데 쉽게 설명하면 이미지를 만들고 조합하는 것은 일일히 사람 손으로 해야 한다는 얘기. 하지만 컴퓨터는 때로 상상력을 제공해 주기도 한다. 기법이 새롭기에 발상이 참신해 진다는 것이다.

미국에선 5∼6년전부터 컴퓨터아트 작가들이 나타났고 판화처럼 에디션이 매겨져 비슷한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우리 실정에선 수채화나 컴퓨터 그림은 여전히 소외된 장르. 누구를 탓할 순 없다. 대중을 설득하는 것은 여전히 작가의 몫이기 때문이다.<박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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