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7년 비타민C 분리로 항괴혈병 인자 확인영국 해군이 괴혈병을 퇴치할 수 있었던 것은 해군군의관 제임스 린드의 면밀한 관찰과 영국군의 뛰어난 훈련 덕택이었지만 운도 많이 따랐다고 볼 수 있다. 사실 19세기말까지도 괴혈병의 증상이나 병리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했다. 또 레몬주스가 괴혈병의 치료와 예방에 효과적인 이유에 대해서도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었다.
영국에 행운만이 따른 것은 아니었다. 영국 해군은 1860년 오랫동안 괴혈병 방지를 위해 사용하던 말타산 레몬주스 대신 그보다 값이 훨씬 싼 서인도제도의 라임주스를 구매키로 결정했다. 이 후 15년간은 별 문제가 없었다. 항해술이 발달해 운항기간이 짧아지고 식품저장술이 개선된 덕분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1875년 북극을 탐험하던 두척의 영국 군함에서 실로 오랜만에 심한 괴혈병 환자가 대거 발생했다. 물론 배에는 신선한 라임주스가 충분히 비축돼 있었다. 불행은 한 번에 그치지 않고 극지탐험대를 계속 괴롭혔다.
1919년 영국의 여성과학자 알리스 스미스는 무적함대에 괴혈병이 다시 나타난 것이 두 세대 전의 「경제적인」 결정과 관련이 있음을 밝혀냈다. 스미스의 조사결과 서인도제도산 라임주스에는 항괴혈병 인자가 매우 적었고, 그나마 오래 두면 효과가 거의 없었다. 이는 다른 연구들을 자극, 곧 항괴혈병 인자가 필수영양소라는 점이 명확해졌다. 「수용성C」로 명명된 이 물질, 즉 비타민C는 1927년에 분리됐다. 비타민C의 결핍이 괴혈병을 일으킨다는 사실이 이제 분명히 규명된 것이다.<황상익 서울대 의대 교수·의사학>황상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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