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등세를 보여온 달러환율과 실세금리의 추이가 쉽게 꺾일 것 같지 않다. 당연한 결과로 증시도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다. 몇몇 은행과 대재벌을 제외하고는 제2금융권과 기업의 돈가뭄이 극심, 시중에는 돈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우려됐던 금융위기설이 현실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이 금융시장과 산업계에 확산되고 있다.이 위기를 극복하는데는 무엇보다 정부와 통화당국이 시장의 안정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이고 신속히 대처하는 게 중요하다. 대부분의 금융기관과 기업이 자금난과 대외신인도의 추락으로 고전하는 마당에 정부 이상의 공신력은 없다.
따지고 보면 최근의 외환 및 금융시장의 혼란과 불안은 이미 예견되었던 일이다. 연초 한보부도사태를 겪으며 대외신용의 추락으로 달러화 폭등이 나타났고 금융시장의 신용부재로 극심한 자금난을 경험했다. 기아부도유예사태 이후 벌어지고 있는 최근의 혼란상은 한보사태 이후 벌어진 양상의 재판일 뿐이다. 그러나 기아사태 이후 정부는 기아사태의 능동적 해결보다는 기아그룹과의 감정적인 대결에만 매달려 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아부도 유예가 가져 올 경제적 파장과 영향을 안이하게 대처해 온 결과 정부에 대한 불신만을 가중시켜 왔고 오늘의 혼란을 가져 온 셈이다.
더구나 대통령 임기말을 맞아 정부대응의 실기와 혼선은 정부의 무기력으로 시장에 비쳐져 왔다. 외환 및 자금시장의 위기를 넘기기 위해선 정부와 통화당국이 시장에 대한 장악력과 정책의 신뢰성을 회복해야 한다. 가용할 수 있는 대응책을 절도있고 신속하게 집행해야 시장참여자들이 불안을 벗어날 수 있다. 일부 은행과 제2금융권에 대한 특별지원이 불가피하다면 시기를 놓치지 말고 시행해야 한다. 또 성업공사에 의한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인수 조치 등을 조속히 가시화시켜 금융기관에 대한 불신을 해소해야 할 것이다.
시장참여자들도 금융위기가 현재화될 경우 이는 시장참여자 모두의 공멸을 가져 온다는 책임의식을 공유해야 한다. 일부기업이나 외환딜러들이 벌이고 있는 투기적인 달러사재기는 자칫 동남아에서 초래된 외환위기를 불러올지 모른다.
상황이 혼란스럽지만 이런 때일수록 경제주체 모두의 냉철한 대응이 요구된다. 위기일수록 정부의 적절한 대처와 이를 믿는 신뢰의 분위기가 중요하다. 그만큼 정부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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