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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히 치료땐 일상생활 가능/파킨슨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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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히 치료땐 일상생활 가능/파킨슨병

입력
1997.08.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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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약물치료 요하는 만성퇴행성 질환/유사질환 많으므로 정확한 진단이 중요/환자­가족­의사간 긴밀한 유대 필수파킨슨병은 가장 흔한 노인성 뇌신경질환의 하나로, 여러가지 운동장애를 초래한다. 지금까지 정확한 원인규명은 물론 근본적인 치료법이 개발되지 않았다. 그러나 60년대이후 증상을 호전시키는 각종 약물 및 수술치료법이 개발돼 꾸준히 치료하면 20년이상 큰 지장없이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 더욱이 이 분야의 신경학적 기초 및 임상연구에 힘입어 앞으로 5년내에 더 효과적이고 근본적인 치료법이 개발될 것으로 기대된다. 파킨슨병의 이해를 돕기위해 환자 및 가족들이 알아야 할 몇가지 중요한 일반원칙을 살펴보겠다.

첫째, 정확한 진단이 선행돼야 한다. 파킨슨병의 정확한 진단은 병력과 1·2차적 증상 등에 의해 이뤄지므로 전문의사의 능력과 경험이 매우 중요하다. 파킨슨병과 유사한 운동장애 질환(파킨슨증후군)이 많이 있으므로 정확한 감별이 필요하다. 이런 유사 질환들은 초기 증상이 파킨슨병과 거의 똑같거나 비슷해 감별이 매우 어렵다. 따라서 일단 약물치료를 시작하고 병세를 관찰하면서 수개월이 지나야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있다. 약물 치료에 아무 반응이 없으면 일단 파킨슨병이 아닐 가능성을 상정해야 한다.

뇌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촬영(MRI) 유전인자검사 등이 파킨슨증후군의 감별 진단에 이용된다. 그러나 파킨슨병을 확진할 수 있는 검사법은 아직 없다. 혈관성 파킨슨증후군은 비교적 흔한 뇌졸중의 일종으로, 증상 초기에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약물치료를 하면 병의 진행을 막을 수 있다. 그 밖의 약물에 의한 파킨슨증후군, 파킨슨 증상을 동반하는 치매질환 등도 정확한 감별진단이 이뤄져야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하다.

둘째, 파킨슨병은 증상이 시작되면 절대 저절로 가라앉거나 없어지지 않는 만성퇴행성 질환이다. 만약 약물치료를 받지 않으면 대부분 증상 발현 2∼3년내에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느끼게 된다. 또 7∼8년내에 예외없이 불구가 되거나 사망한다. 이 때문에 민간요법이나 침치료 등에 의지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필자는 많은 파킨슨병 환자를 진료하면서 한 번도 침치료나 민간요법을 통해 증상이 호전된 경우를 보지 못했다.

약물치료의 경우 증상 정도, 약물에 대한 반응 및 부작용 등에 따라 적절한 종류를 선택하고 용량도 조절해야 한다. 약물치료는 평생 계속돼야 하므로 이에 대한 장기계획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약물치료의 기본원칙은 떨림 근육경직 등의 1차적 증상과 수면장애 보행장애 근육통 우울증 등의 2차적 증상을 감안, 소량을 사용하고 거부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부작용을 방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때로는 약물의 종류를 바꿀 필요가 있다.

다양한 약물이 개발된 이후 수술 치료의 필요성은 많이 줄었다. 그러나 약물로 효과를 보지 못하거나 심한 부작용이 생기는 환자에게는 뇌수술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최근 태아 뇌신경세포 이식술이 연구되고 있고 임상효과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아직은 문제가 많아 임상시험 단계로 간주하는 게 옳다.

셋째, 장기적이고 적절한 치료효과를 위해 환자, 가족, 진료전문의간의 긴밀한 대화와 유대관계가 필요하다. 환자 및 보호자들의 파킨슨병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도 중요하다. 체조 운동 등의 물리치료를 계속하면서 일상생활 및 사회활동을 정상적으로 유지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이명종 서울중앙병원 신경과 과장·객원편집위원>

◎수술치료/약물치료 효과없을때 차선의 선택/증상 약한쪽 뇌부터 수술 3개월후 심한쪽 수술/뇌 심부 시상핵에 전기자극 가해도 뇌정위수술과 같은 효과

신경계질환의 운동장애를 치료하기 위한 수술은 100여년 전부터 시도됐다. 그러나 파킨슨병의 경우 50년대초 뇌 심부의 신경조직에 도달할 수 있는 수술기구들이 사용되기 시작하면서부터 활발히 이뤄졌다. 즉 뇌실을 보여주는 X레이 사진들과 뇌 심부조직 상호간의 위치를 알려주는 뇌지도, 뇌정위기구 등이 어우러진 뇌정위수술은 손떨림이나 팔다리의 근육경직을 치료하는 데 효과를 보였다. 그러나 60년대 레보도파라는 치료제가 소개되면서 상대적으로 뇌정위수술이 급격히 줄었다.

최근 컴퓨터산업과 전자기술의 눈부신 발달로 뇌단층촬영과 자기공명영상촬영 등이 진료에 도입됐고, 뇌정위기구들이 개선됐으며, 뇌 심부 신경조직들에 대한 고도의 신경과학적인 지식들이 축적됨에 따라 안전하고 정밀한 뇌정위수술이 가능해졌다. 더욱이 레보도파 등의 약물을 사용할 때 나타나는 문제점과 증상치료의 한계점들이 밝혀지면서 다시 뇌정위수술로 파킨슨병을 치료하는 경향이 늘어나는 추세이다.

일반적으로 병의 초기에는 레보도파 등의 약물로 치료하는 게 원칙이다. 그러나 투약중 다음의 경우가 나타나면 뇌정위수술로 치료하는 게 더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약물로 증상이 전혀 조절되지 않는 경우, 약물의 양을 늘려도 증상이 자주 반복되는 경우, 과다한 약물 사용으로 파킨슨병과는 다른 종류의 운동장애가 나타나는 경우 등이다. 또 주된 증상이 손떨림이나 팔다리의 근육경직인 경우, 자발적인 행동이 매우 완만하거나 거의 없는 경우 등도 수술이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나이가 너무 많고 거의 움직이는 않는 환자는 수술을 피하는 게 좋다.

뇌정위수술은 국소마취하에 운동장애 증상이 있는 쪽의 반대편 뇌에 대해 시행한다. 흔히 파킨슨병 환자들은 양쪽 모두에 증상을 보인다. 이 경우 증상이 심한 쪽의 반대편 뇌를 먼저 수술하고, 약 3개월 후 약한 쪽의 반대편 뇌를 수술하는 게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 최근에는 뇌 심부의 운동조절 신경조직인 시상핵에 전기자극을 가해 뇌정위수술과 거의 같은 치료효과를 얻기도 한다.

파킨슨병은 간뇌의 흑질세포에서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의 생성이 결핍돼 생기는 병이다. 따라서 도파민 또는 이와 유사한 신경전달물질을 생성하는 인체내 다른 장기조직의 일부를 뇌정위수술로 직접 뇌의 기저핵에 심어 운동장애에 대한 조절능력을 회복토록 하는 치료법이 시도되고 있다. 이 치료법은 동물실험에서 고무적인 결과를 얻었으나 사람에게는 효과가 없는 것으로 보고됐다. 태아의 간뇌 세포를 이용한 조직이식술은 효과가 매우 뛰어난 것으로 발표됐으나 장기적인 추적관찰과 함께 윤리적인 고려가 필요하다.<이규호 한림대 의대 교수·강동성심병원 신경외과>

◎최신 약물치료/병의 진행조절 ‘데프레닐’ 치료 새 장/COMT효소 억제약물 등 신약 속속 개발

파킨슨병의 운동장애 증상은 사람의 뇌에서 도파민이라는 물질이 부족해 생긴다. 도파민의 역할이 규명된 것은 파킨슨병의 존재가 처음 알려진 이후 무려 150년이 지난 1960년대 무렵이었다. 불과 수년 후 도파민의 작용을 보충하는 「레보도파」라는 약물이 등장했다. 이 전까지 파킨슨병 환자들은 점차 심해지는 증상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레보도파는 발병한 지 수년이 지나 움직일 수조차 없던 환자들을 기적처럼 걷게 만들었다.

그동안 많은 약물이 개발돼 치료에 이용되고 있으나, 그 작용은 대체로 비슷해 부족한 도파민의 기능을 보충하거나 강화하는 것이다. 특히 처음 개발된 레보도파는 치료효과가 가장 우수해 지난 30년동안 대표적인 치료법으로 인정돼 왔다. 그러나 약물은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을 뿐 질환 자체를 근본적으로 치료하지는 못한다. 실제로 약물을 투여해도 병은 점차 진행한다. 따라서 환자들은 평생 약물을 복용해야 하며, 병이 진행할수록 복용량도 점차 늘어 여러가지 부작용이 생기게 된다.

80년대 미국의 서부지역에서 젊은 나이인 데도 심한 파킨슨병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이 관찰됐다. 이들은 합성마약의 일종인 「엠피티피」를 사용한 적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 후 엠피티피가 사람의 뇌에서 도파민 신경세포를 파괴한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같은 발견은 엠피티피의 독성을 차단하는 「데프레닐」이라는 약물의 개발로 이어졌다. 실제로 데프레닐은 파킨슨병의 진행을 일부 늦출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개발이 완료된 콤트(COMT)라는 효소의 작용을 억제하는 약물은 레보도파 약제의 효과를 높이고 작용시간을 현저히 연장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뇌에서 도파민과 유사한 작용을 하는 약제도 개발중이다. 이 중에는 효과가 훨씬 좋으면서도 1회 복용에 2∼3일간 약효가 지속되는 약물도 있다. 또 패치 형태로 피부에 부착하거나 스프레이처럼 코안에 뿌리는 등 종류도 다양하다.

데프레닐 개발 이후 파킨슨병의 진행을 늦추는 약물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특히 신경세포를 파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유리기」라는 물질을 제거하는 약물 개발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유전공학적 방법으로 도파민 생성세포를 만들어 환자의 뇌에 이식하는 방법도 연구중이다.

아직 파킨슨병을 완치할 수 있는 약물은 없다. 그러나 앞으로의 몇년은 과거의 수십 년과는 분명히 다를 것이다. 이 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치료법이 머지않아 등장할 것으로 확신한다.<손영호 연세대 의대 교수·세브란스병원 신경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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