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야심 ‘러판 조순’『한국의 조순이 러시아에 나타났다(?)』
유리 리즈코프(60) 모스크바 시장. 보리스 옐친 대통령 캠프의 핵심브레인으로, 지난해 시장선거에서 90%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던 러시아 정계의 떠오르는 별이다. 대통령 총리 다음으로 권력서열 3위의 모스크바 시장인 그가 2000년 실시될 대통령선거에서 옐친의 바통을 넘겨받겠다고 나섰다. 비록 본인의 입을 통해 「대권욕」을 내비친 것은 아니지만 크렘린에 대해서는 과묵하고 심지어 저자세마저 보여왔던 「전통적인」관계를 생각하면 이례적인 일임이 분명하다.
지난번 선거에서 그의 러닝 메이트였던 발레리 샨체프 부시장은 최근 『정상적으로, 그리고 공정하게 치러진다면 2000년 대통령선거는 리즈코프의 몫』이라고 호언했다. 또 연방정부의 소모적 당권경쟁에 대해서도 『빈둥거리는 협잡꾼들의 정치놀음』이라며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리즈코프의 최측근인 그가 정부에 대해 이같이 독설적인 발언을 하는 것은 차기대권의 잠재적 라이벌인 아나톨리 추바이스 현 경제 제1부총리를 견제하려는 의도다. 사실 추바이스와 리즈코프 사이의 적대감정은 러시아 정계에서는 「전설적」이란 말로 표현될 만큼 유명하다. 둘은 시장개혁에 대한 주요 이슈마다 사사건건 마찰했고, 그래서 『리즈코프를 저지하기 위해 다음 대통령선거에서 모종의 정치공작이 있을 것』이라는 소문마저 나도는 실정이다. 92년 한국은행 특융과 금리인하문제를 놓고 정부와 충돌한 조순 당시 한국은행 총재가 결국 자리를 박차고 나간 우리의 경우를 연상시키는 대목이다.
모스크바는 지금 정도 8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준비행사가 대대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러시아 정객들은 그 성대한 파티가 끝나면 리즈코프는 양날의 칼을 쥐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하나는 돈이고 다른 하나는 다음달 전파가 공식발사되는 시 소유의 전국 TV 네트워크다. 2000년 대선을 승리로 이끌 「트로이의 목마」가 될 수 있을 것인지 관심거리다.<황유석 기자>황유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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