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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정치 미숙과 대선구도/임희섭 고려대 교수(아침을 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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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정치 미숙과 대선구도/임희섭 고려대 교수(아침을 열며)

입력
1997.08.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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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순 서울시장의 대선출마선언으로 올해의 대선구도는 다각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신한국당과 국민회의 및 자민련이 각각 대선후보를 선출했을 때까지만 해도 금년 12월의 대통령선거는 삼각구도가 아니면 야권후보 단일화에 의한 양자대결의 구도로 전개되어 갈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민주당 후보로서의 조시장의 출마선언은 최소한 3각구도나 4각구도의 대선정국을 불가피하게 하고 있다. 또한 민노협 등이 진보세력을 대표하는 후보를 내세우기로 하는가하면 신한국당의 이인제 경기지사도 독자적인 행보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이와 같은 대선구도의 다각화에 대해서 이미 후보를 선출해 놓은 기존 3당은 일단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조순 시장의 등장이 3당의 후보에 미칠 이해득실은 아직 불투명하지만 많건 적건 자신들의 잠재적인 지지자들을 이탈게할 가능성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여당측에서는 강원도와 수도권의 일부 여당성향 유권자의 이탈을 우려하고 있고 야당측에서는 야권통합의 걸림돌이 되어 대선전략에 차질을 가져올 것을 우려하는 듯 하다.

대선구도의 다각화에 대한 일반국민들의 반응도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부정적인 시각에서는 다각구도가 대선정국의 극심한 혼란과 과열을 가져오지 않을까하는 점과 지역분할이 더욱 심화하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까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그와 같은 다각구도가 현재의 정치현실을 보다 잘 반영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어차피 기존의 3당후보에 대해 전폭적인 지지를 보낼 수 없는 유권자들에게는 제4, 제5 후보의 등장이 선택의 폭을 그만큼 넓혀줄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정당들은 이념이나 정책의 차이에 의해서보다는 주로 후보자의 인물이나 지역배경에 의해 유권자의 지지를 얻고 있어 누구나 상당한 득표력이 있다고 확신만 한다면 하루 아침에 정당을 만들어 후보로 나설 수도 있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92년 대선때에도 정주영 후보는 국민당을 창당하고 대선후보로 나서서 적지 않은 득표력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더구나 올해의 대통령선거는 92년 때와는 또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것은 대선후보의 조직력이나 자금력보다는 TV토론을 통한 인기도가 득표력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40대의 이인제 지사가 신한국당의 후보경선에서 2위를 차지할 정도로 급부상한 것도 경선후보들의 TV토론에서 높은 인기를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면, 조순 시장이나 그 밖의 다른 예비후보들이 거대 정당을 배경으로 하는 조직력과 자금력에 의존하지 않고서도 득표력에 자신만 있다면 대통령선거에 출사표를 던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대선구도의 다각화는 오늘날 우리나라 유권자들의 이익이 과거보다는 더욱 다원화한 현실을 반영하는 것일 수도 있다. 물론 대다수 유권자들의 일반적인 정서가 「안정속의 개혁」에 머물러 있다고 할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모든 정당들이 한결같이 「보수와 개혁」을 표방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유권자들의 정치적 성향은 전보다 훨씬 다원화하고 있는 것도 사실일 것이다. 다시 말해서 「보수」와 「개혁」의 스펙트럼에도 어느 정도의 차별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다 「세대교체」 「정권교체」 「3김청산」 「지역주의」 「근대화세력」 「민주화세력」 「선진화」 「세계화」 「국가 경쟁력」 등의 다양한 요인과 싱징들이 오늘의 한국정치 현실 속에 복합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97년 대선구도의 다각화는 결국 정당정치의 미성숙과 다양한 계층의 다양한 이익들을 통합해 나가는 기존 정치지도층의 정치력 부족이 빚어내는 우리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대선구도의 다각화가 불가피한 것이라면 있는 그대로의 현실 속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는 일이 국민들에게 주어진 몫일 것이다.<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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