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6명의 고혼과 갖가지 애절한 사연을 괌의 니미츠 힐에 묻어버린 대한항공 801편 추락참사가 발생한 직후 미국의 신문과 방송들은 대부분 기체결함이나 관제잘못보다 조종사의 실수에 초점을 맞췄다. 뉴스위크지는 아예 『대한항공은 미국 항공사들보다 2∼6배 나쁜 안전사고 기록을 가진 항공사이며 특히 조종사들의 부주의에 의한 추락사고가 너무 많다』는 전직 정부관리의 말을 노골적으로 인용하기도 했다.대한항공측이 발끈했음은 물론이다. 『사고기 제작국이자 관제책임을 가진 미국의 언론들이 자국제품과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조종사로 인한 인재쪽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국익론」을 앞세워. 그러자 사고초반 조종사들의 구조적 과로 등 국내 항공사의 왜곡된 운항행태를 지적하던 우리 언론도 주춤했다. 자칫 미국의 장단에 박수를 쳐주는 꼴이 될수도 있기에. 엄청난 보상 책임문제가 걸린 이상 말그대로 우리도 국익을 생각하자는 배려였다.
하지만 사고원인 조사도 냉정을 찾아가는 이 즈음 이 국익론의 허실을 되짚지 않을 수 없다. 우선 두가지 사례.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조종사의 피로도입니다. 조종사가 피로해지면 항공기 및 승객의 안전은 보장되지 않습니다』 한 국제선 여객기 조종사가 장거리 운항편의 조종사를 줄이려는 항공사와 건설교통부의 방침을 지난 3월 국회의원에게 고발한 편지의 한대목이다. 『갑자기 김포관제탑의 지시를 받지않고 시계비행을 하는 공군기가 아슬아슬하게 끼어들면 관제사들의 가슴은 철렁 내려앉는다』 관제탑 24시를 취재한 주간한국 기사의 한 대목이다.
이 두 얘기는 정부와 국내 항공사들의 후진적 운항정책과 인력관리, 15개 지방공항의 문제 등을 시사하는 작은 일화일 뿐이다. 크고 작은 항공기 사고와 조종사, 관제사들이 전하는 위기일발의 순간들은 지천에 널려있다. 이런 상황을 과연 언제까지 방치하는 것이 연인원 3,000여만명이 비행기를 이용하는 나라의 국익에 도움이 되는가. 아직도 100구가 넘는 시신들이 이름을 찾지못한 괌참사의 교훈이 어줍잖은 「국익타령」에 더이상 묻힐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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