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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취는 주요 공해’ 규정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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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취는 주요 공해’ 규정 시급

입력
1997.08.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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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대기환경법은 대기오염의 일부로 악취를 관대히 규정/측정방법도 코 이용한 관능법에 주로 의존악취는 사람에게 불쾌감을 주고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공해라는 데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우리의 법과 제도는 아직 악취 자체를 공해로 인식하는 데는 인색하다. 현행 대기환경보전법과 시행규칙은 악취를 대기오염의 한 부분으로 규정하고 허용기준을 정해 놓았다. 또 고무 피혁 합성수지 폐유 등 소각과정에서 악취를 낼 수 있는 물질은 공업지역 녹지지역 등 일정지역에서 규정된 시설을 갖추어야 소각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이런 규제는 물질 자체의 유해성 때문에 규제돼야 할 것들이어서 악취를 규제하는 것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일본이 악취를 대기오염 토양오염 소음 등과 함께 7대 공해로 규정하고 악취방지법을 따로 제정한 것이나 미국 등지에서 악취를 따로 주요 공해로 취급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악취 측정은 크게 후각을 이용하는 관능법과 기기분석법 등 두가지에 의존하나 주로 관능법을 쓴다. 관능법은 0∼5단계의 악취판정표에 따라 5인 이상이 측정해 다수가 감지한 악취도를 기준으로 판정한다. 0도는 무취상태이며 3도는 냄새의 강도가 상당한 수준일 경우다. 3인 이상이 3도 이상이라고 느꼈을 경우 배출허용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본다.

법이 규정한 8가지 악취물질이 있다고 판단될 때는 물질의 성분분석을 하는 기기분석법이 병행된다. 8가지 악취물질은 농도에 따른 규제기준이 있으며 기준치를 넘을 경우 배출허용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간주된다. 기준치를 초과해 악취를 내보낸 업소 등은 개선명령 등 행정처분을 받고 배출부과금이 부과될 수도 있다.

96년 환경부는 700여개의 악취배출업소에 대해 행정처분을 내렸다. 또 평소 악취가 자주 발생하는 생활악취 규제대상시설 500여곳을 중점관리대상업소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사람의 후각을 이용하는 관능법은 객관적인 측정 방법으로는 부적합하다. 또 측정자의 성향이나 이해관계 등에 따라 측정결과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아직 악취를 측정하는 과학적이고 획기적인 방법은 마련되지 않은 실정이다.

환경부측은 『악취 방지를 위한 사회적 노력과 제도적 장치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며 『99년부터는 휘발성 물질에 대해서도 법적인 규제를 가할 수 있도록 관련법을 정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조재우 기자>

◎악취의 종류와 원인/황화수소·아민유 대표적/부패·오염이 발생의 주범/기상상태따라 큰 영향/저기압 여름철 특히 심해

냄새는 200만가지나 되며 발생 원인 또한 다양하다. 불쾌한 냄새는 구토와 알레르기, 식욕감퇴 등을 가져오고 사람의 신경계통을 자극해 정서에도 영향을 미친다. 악취가 오래 지속할 경우 질병을 초래할 수도 있다.

대기환경보전법은 황화수소 메르캅탄류 아민류 기타 자극성을 가진 기체상 물질이 사람의 후각을 자극해 불쾌감과 혐오감을 줄 때 이를 악취로 규정하고 있다. 대표적인 악취물질인 황화수소는 계란썩은 냄새, 메르캅탄류는 야채 썩은 냄새, 아민류는 생선냄새를 풍긴다.

생활주변의 악취는 주로 부패나 대기오염 등에서 비롯한다. 특히 여름철에는 도로와 골목 곳곳에 엉겨붙은 「쓰레기 국물」의 썩는 냄새가 도시인들의 코를 괴롭히는 주범이다. 공장 주변에서는 화학약품 냄새와 산업폐기물이 악취를 풍긴다.

가정에서는 화장실 욕실 냉장고 찬장 하수관 애완동물 등이 악취원이다. 또 공장내 작업장이나 축사, 자동차배기가스, 쓰레기 중간집하장, 폐수가 흐르는 하천, 수산시장, 도축장 등도 주요 악취원으로 분류된다.

악취는 기상에 커다란 영향을 받는다. 특히 저기압 상태에서 바람이 거의 불지 않을 때는 대기속의 공해 물질이 낮게 깔리면서 장시간에 걸쳐 악취를 유발한다. 여름철에 악취가 심한 것도 장마와 고온다습한 기후 등과 무관하지 않다.

대기중 냄새물질의 농도가 감소하더라도 사람이 느끼는 악취도는 그만큼 줄지 않는다. 냄새물질의 농도가 10분의 1이하로 떨어져야 사람의 코는 냄새가 반으로 줄었음을 느낄 수 있다. 환경관련 민원중 소음 다음으로 악취의 비중이 크지만 악취를 유발하는 물질이 다양하고 복잡해 무엇이 악취 원인인지조차 자세히 파악하기 어렵다. 또 악취가 그 자체로 인체에 어떤 해를 미치는지조차도 정확히 파악돼 있지 않은 상태다.

악취는 그 발생원의 유해 여부와 무관한 「감각공해」이다. 유해물질에서 비롯한 악취가 아니더라도 불쾌감과 고통을 준다면 그만큼 삶의 질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비록 수치로 나타내기 어렵고 측정하기도 어렵지만 더 이상 악취를 방치할 수 없는 이유도 이때문이다.<조재우 기자>

◎냄새의 문화사회학/익숙하면 향기… 낯설면 악취/사회적 학습이 호·불호 결정

5년간의 미국 유학에서 돌아온 지 3개월째인 김경호(31)씨. 『처음 가서 겉돌지 않으려고 적극적으로 어울렸는데 슬금슬금 피하는 거예요. 시간이 흐른 뒤에야 제 몸에서 나는 마늘냄새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됐죠. 음식도 바꿔 보고방향제도 써 보고 하다가 그만 둬 버렸어요. 우리 음식을 먹은 날에는 아무리 깨끗이 씻고 나가도 귀신같이 알더라구요. 몸에 밴 냄새가 쉽게 가실 리도 없는데 그렇게까지 해야하나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냄새는 화학적 현상이지만 사회·문화적 현상이기도 하다. 냄새에도 국적과 색깔, 그리고 결이 있다. 인도하면 카레의 매캐한 냄새, 프랑스하면 치즈의 퀘퀘한 구린내가 금세 떠오른다. 「서양인은 노린내, 우리는 마늘냄새」라는 통념은 여전히 유효하다.

한국 사람들은 김치의 시큼한 냄새를 떠 올리며 군침을 삼키지만 서양인들은 대개 코부터 감싸 쥔다. 발효음식 특유의 군내와 강렬한 마늘냄새 때문이다. 서양 사람들도 마늘을 먹지만 주로 냄새를 부드럽게 낮춰 소스로 만들어 먹는다. 서양사람들의 주식인 치즈는 맛과 향이 다른 수백가지가 있지만 전통입맛에 젖은 한국인이면 대개 「퀘퀘한 구린내」 한가지를 느낀다.

그러고 보면 애초에 좋은 냄새니 나쁜 냄새니 하는 구별은 존재하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냄새에 대한 인간의 기호는 냄새물질 자체의 성질보다는 사회적 학습에 의해 결정된다. 대개 익숙한 냄새를 「좋은」 냄새로, 낯선 냄새를 「나쁜」 냄새로 인식한다는 것. 저분자 고휘발성 물질로 후각세포를 강하게 자극할 수록 불쾌감을 준다는 분석도 있다.

한편 일반적으로 서양인들의 후각은 우리보다 더 민감하다. 향전문가인 윤석신(태평양화학 생활용품 사업부 과장)씨는 서양의 향신료 중심의 음식문화와 우리의 발효음식문화의 차이에서 그 이유를 찾는다. 『음식재료로 쓸 방향식물이 다양하지 못한 것이 발효음식문화 발달의 한 요인이 된 데다 발효음식 특유의 강렬한 냄새는 한국인의 코를 둔감하게 만들었다』는 것. 이에 반해 서양은 향신료가 음식의 중심 재료이기 때문에 그만큼 향내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육식과 초식의 차가 거론되기도 한다. 육식을 위주로 하는 민족은 냄새부터 맡는 「동물성 감각」이 발달하는 반면 초식을 주로 하는 민족은 촉각이나 미각같은 「식물성 감각」이 발달한다는 얘기다.<황동일 기자>

◎악취 대신 맡는 ‘전자코’/가스센서·인식기술 이용/독가스·식품선도 등 판단

앞으로는 악취를 측정할 때 사람들이 직접 현장에서 냄새를 맡을 필요가 없어질 지도 모른다.

사람의 코를 대신할 전자코가 만들어졌기 때문. 전자코란 코의 후각세포에 해당하는 「가스센서」와 뇌의 후각정보처리 방식과 비슷한 「유형인식 신호처리 기술」을 이용해 냄새를 감별하는 전자처리장치이다. 전자코는 사람코와 마찬가지로 학습을 통해 냄새를 인식한다. 즉 냄새에 대한 일정한 정보를 반복해 입력하면 이를 기억했다가 냄새를 가린다.

특정한 냄새에 대해 저장된 데이터가 없거나 아주 복합적인 냄새를 전자코에 맡기면 판단의 혼란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아직 전자코의 성능은 사람의 코에 비해 떨어진다. 그러나 냄새는 없으나 독성이 있는 가스 등을 구별하는 것은 전자코의 장점이다.

현재 전자코는 거의 실용화 단계에 와 있다. 묵은 쌀과 햅쌀을 냄새만으로 구별하고 생선 과일 야채 등의 신선도를 정확히 확인한다. 향수나 술 담배 등의 종류와 숙성도, 생산지까지도 가려 낸다.

전자코는 유럽지역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으며 대당 4,000만원 정도. 우리나라에서는 LG전자기술원 연구팀이 개발했으나 아직 상품화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다. 한국식품개발연구원의 실험용 전자코 등 국내에서 「활동」중인 3대의 전자코는 모두 외국에서 수입한 것들이다. 최근 악취소동을 빚은 인천지역의 한 업체도 악취의 원인을 찾아 내기 위해 외국산 전자코를 도입했다.<조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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