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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연극전용극장/드라마센터가 다시 숨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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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연극전용극장/드라마센터가 다시 숨쉰다

입력
1997.08.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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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실험극의 산실/내달 10일 미 실험극단 라마마 재개관 첫 공연/겉모양은 그대로지만 포스트모던 시대 맞아 움직이는 무대 등 모든 실험 가능하게 토털 시어터 변신드라마센터는 부활하는가. 62년 최초의 연극전용극장으로 설립돼 70년대 실험극의 산실로 꽃핀 드라마센터(서울 중구 예장동 8의 19 서울예전 내)는 80년대 「공연없는 극장」으로 숨결을 잃었다. 그러나 88년 재건축이 계획돼 지난해 공사에 돌입, 9월10일 미국 실험극장 라마마의 내한공연으로 다시 문을 연다. 10년 가까이 꿈꿔 온 부활. 드라마센터는 다시 숨쉬는 걸까.

콘크리트골조와 외양을 그대로 둔 극장은 언뜻 봐서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인다. 부채꼴 객석 가운데 돌출무대가 있는 드라마센터는 고대 그리스시대의 원형극장에서 모티프를 따온 고전적 극장이었다. 그러나 새 드라마센터는 포스트모던시대에 모든 실험이 가능토록 한 토털시어터로 변신했다.

무대와 객석을 통틀어 천장 전체에 교차배치한 골조, 객석 천장에 달려 위아래로 움직이는 T자형 통로, 양쪽 벽의 발코니, 돌출된 조명실과 음향실, 세 조각으로 잘려 위아래로 움직이는 무대…. 무엇을 위한 것인지는 극장을 알면 명백하다. 가변성. 즉 무대와 객석을 거꾸로도 쓸 수 있고 창밖에서 천장통로를 통한 등·퇴장도 가능하다. 화장실마저 여자는 파란색, 남자는 붉은색으로 칠해 고정관념을 집어던져 버렸다.

라마마극단의 내한은 공연자체의 의미도 크지만 극장의 가능성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시험해 보는 것이기도 하다. 이밖에 접어넣을 수 있는 보조석 등 좁은 공간을 최대한 활용, 원래 472석의 객석은 700석으로 늘어났다. 바닥엔 온돌도 설치됐다.

연극인들에게 드라마센터의 재생은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이 곳엔 신극운동의 선구자인 동랑 유치진선생의 혼이 곳곳에 배어 있다. 70년대 초 미국유학에서 돌아온 유덕형(동랑의 아들로 현재 서울예전 재단이사장)과 안민수, 극작가 오태석의 트라이앵글은 이 곳에서 「초분」 「태」 등 실험작을 남겨 역사를 만들었다. 극작가 윤대성 박조열 엄인희, 배우 신구 이호재 전무송 반효정 최종원 정진각 장두이, 연출가 박원경 김우옥 강영걸 이병훈 등 숱한 인물들을 배출한 명실상부한 한국연극의 요람이기도 하다. 그러나 부설 아카데미가 서울연극학교―서울예전으로 정규화하면서 아이러니컬하게도 극장은 빛을 잃어갔다.

서울예전은 시운영을 거쳐 내년 8월 학교가 안산으로 이전한 뒤 정식으로 극장을 개관할 계획이다. 남은 과제는 소프트웨어. 실험의 장에 누가, 어떻게 서느냐에 따라 드라마센터의 역사는 새로 쓰여질 것이다.<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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