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론 당분열요인 제거 등 방어 차원/판세 반전시킬 ‘히든카드’도 배제못해김영삼 대통령의 걱정이 적지않다. 신한국당 대통령후보인 이회창 대표가 두 아들의 병역문제라는 암초에 걸려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또 당내에는 여전히 분열기류가 상존해있기 때문이다. 자칫 정권재창출이 어려워지지않느냐는 우려를 하고있다는 얘기도 들리고 있다.
그러나 이회창 대표의 위기는 역설적으로 김대통령의 역할을 넓혀주고 있다. 실제 김대통령이 지금 신한국당에서 손을 뗀다면, 이회창체제의 자생력은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런 위기의식이 김대통령으로 하여금 이대표를 적극 지원하게 된 배경이 되고 있다. 김대통령이 이인제 지사를 지난주 청와대로 불러 자중을 당부하고, 조만간 박찬종 고문을 만날 예정이라는 사실 등이 이대표 지원의 구체적 사례들이다. 또한 얼마전 박관용 전 사무총장과 서청원 의원 등을 불러 당의 단합 등을 당부하고 강삼재 사무총장을 통해 당내 상황을 보고받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청와대 관계자들도 『김대통령은 이대표의 경쟁력을 높이는 일이 있다면 적극 나서겠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대표의 위축을 반전시킬 묘수가 없다는데 김대통령의 고민이 있다. 청와대의 한 고위인사가 사석에서 『6·29 같은 메가톤급 이슈가 없을까』라고 넋두리를 하는 대목에서도 여권의 고민이 드러나고 있다. 청와대의 실무진들도 『지금 국민의 갈망이 집중된 테마는 경제문제이지만, 이는 정치적 결단으로 해결될 수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나름대로 다양한 카드를 검토했지만, 6·29선언처럼 강력한 폭발력을 갖는 이슈가 없어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김대통령의 이대표 지원이 전혀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김대통령이 여권을 결정적으로 분열시키는 이인제 지사의 출마를 자제시킬 수 있는 등 아직도 영향력은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방임 내지는 소극적 지지에 머물고 있는 당내 중진이나 민주계 인사들을 이대표의 지원세력으로 끌어들이는 분위기 조성에도 김대통령의 역할은 아주 유용하다.
따라서 김대통령의 이대표 지원은 일단 분열요인의 제거 등 방어적 차원에서 전개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이대표의 지지도를 끌어올리고 경쟁력을 높이는 공세적 차원의 지원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물론 김대통령이 「정치9단」이라는 별칭에 걸맞게 판세의 흐름을 완전히 뒤바꿔놓을 승부수를 도출해낼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김대통령의 이대표 지원, 여권의 향후 대선전략에서 눈여겨볼 사안이 바로 YS의 「히든카드」라고 할 수 있다.<이영성 기자>이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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