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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적 대응­정서적 반응/김이영 한양대 교수(화요세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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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적 대응­정서적 반응/김이영 한양대 교수(화요세평)

입력
1997.08.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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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이하게 다른 한미의 KAL기 사고 대응방식/경제선진국과 대립땐 정서보다는 논리로 싸워 이겨야 한다여행중에 대한항공 801편 참사보도를 듣고 읽었다. 서양사람들이 쓴 글이고 말이었다. 사실관계 규명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고 감정적인 냄새가 풍기는 말은 거의 찾아 볼 수 없었다. 귀국비행기에서 본 우리 신문은 분노, 비탄 등의 감정표현 위주의 기사로 채워져 있었다. 그 뒤로 사건처리과정에서 우리와 미국의 차이는 한마디로 그들이 논리적으로 수순을 밟아간다면 우리는 정서적 반응으로 일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주장하기를 왜 그들은 우리의 이런 국민정서를 무시하느냐는 것이었고, 그들의 반응은 「슬픔은 이해하지만 사건처리는 이성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사건처리는 그들의 주장대로 진행되고 있다.

묘한 글쟁이라고 표현할 수 밖에 없는 일본 출신의 작가 시오노 나나미는 우리나라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된 「로마인이야기」 2권 「한니발전쟁」에서 『로마인은 전쟁이 끝나면 오직 승자와 패자로만 구별하지, 정의와 비정의라는 잣대로 상대방을 평가하지 않았다. 아울러 승전 후에도 전범재판같은 어리석은 짓은 절대로 하지 않았다. 이런 특성 때문에 로마인은 그 전쟁에서 이길 수 있었고 그후에도 오랫동안 서구를 지배할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확대해석하면 전쟁에서는 이긴 자만이 옳고 정의 따위는 승자가 우표딱지처럼 갖다 붙인 것이라는 논리다. 일본인들은 2차대전후 전범재판을 받은 것이 몹시 억울한 모양이다. 전쟁에 졌을 뿐이지 잘못한 것은 없다는 태도이다. 그런 일본인의 감정적 앙금을 시오노 나나미는 논리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역사는 대립의 연속이다. 20세기 초반에는 자본주의 국가들이 군사제국주의를 패퇴시켰고 후반부에는 냉전이란 형태의 전쟁에서 민주주의가 공산주의를 이겼다. 다가오는 21세기는 무슨 대결인가?

이미 새로운 세기의 전쟁이 경제전쟁이 되리라는 사실은 곳곳에 나타나고 있다. 기존의 경제선진국들은 새로운 경제대국의 출현에 대비해서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다. 그것도 공정한 자유경쟁원리라는 미명아래 실질적인 불공정 경쟁의 틀로 무장하고 있다. 먼저 출발한 사람과 뒤에 출발한 사람이 같은 속도로 달리는 것이 공정한 자유경쟁이라는 억지 논리를 펴고 있다. 불행히도 우리나라는 그들의 견제대상국 순위의 앞쪽에 위치한다. 우리는 이런 경쟁에서 이기는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한다.

대한항공 801편 참사에서 보여주듯이 비록 시신의 보존이나 확인, 사고의 원인규명을 위해서는 사고현장에 접근하는 것이 좋지 않다는 논리에 수긍하면서도 그래도 가족인데 가까이 가서 시신이나마 안고 맘껏 울기라도 하고, 비록 실리에서 손해를 볼지언정 속에 들어 있는 감정을 터뜨려야 후련한 것이 우리네 정서다. 이런 정서는 민족의 일체감 형성에도 크게 기여할 뿐 아니라 그런 참담한 비극을 겪고도 그것을 넘어서 새로운 출발을 하는 큰 힘이 된다.

그런데 이런 정서는 우리끼리만의 일일 때는 좋다. 서로가 서로의 정서를 말안해도 아는 내부문제에서는 이 정서가 문제해결의 열쇠가 된다. 그러나 논리적 대응과 정서적 반응이 경쟁하고 대립할 때에는 논리적 대응이 이기게 마련이라는 것을 이번 사고는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감정적 반응에서는 항상 허점을 상대방에게 노출시키기 때문이다.

21세기의 경제전쟁은 논리적 승부에 익숙한 경제선진국과의 싸움이다. 정서가 앞서는 동양과 논리가 앞서는 서양의 싸움이기도 하다. 우리 내부의 문제에서는 우리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이런 정서적 반응을 잘 활용해서 도약할 수 있도록 준비하면서 앞으로 예상되는 경제선진국과의 싸움에서는 정서적 반응을 억제하면서 논리적 무장으로 그들을 이길 수 있는 길을 찾을 필요가 있다.

그들과의 싸움에서는 『우리의 정서는 그렇지 않다』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 일본인들은 이런 이중성을 일찍이 체득한 사람들이다.<신경정신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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