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대회’ 반쪽행사로 통일세력 갈등 골만 심화「화해로 한마음, 통일로 한마음」
3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 8·15기념행사로 치른 「97평화통일민족대회」(이하 민족대회)의 표어다. 이들 단체들은 90년 이래 지속돼 온 통일운동의 성과를 계승하고 다양한 통일운동세력을 결집, 「대중과 함께 하는」 통일운동의 장으로서 이 행사를 계획했다.
그러나 표어처럼 하나가 되지는 못했다. 그동안 통일운동의 한 축을 형성해 왔던 민족통일 범민족연합의 범민족회의와 범청학련 통일축전이 자리를 함께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나가 되기 위한 사회단체들의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자주평화통일민족회의(상임의장 김상근)는 범민련의 민족대회참여를 유도했다. 지난 6월24일에는 ▲대회명칭은 97평화통일민족대회로 한다 ▲정치적 과제는 민족민주통일 전국연합 상임집행위 안을 따르고 공동결의안도 이 안에 기초한다 ▲범민련이 민족대회 추진위에 참가한다 등의 합의가 이뤄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범민련이 그동안 추진해 오던 범민족회의와 범청학련 통일축전을 민족대회 공식행사로 채택할 것을 요구, 『대회가 이중화할 우려가 있다』 『민족대회라는 합법적 틀로 보호를 받으려는 저의』라는 반대에 부딪쳐 합의는 깨졌다.
통일세력의 분열은 이러한 외형적 요인보다 통일운동세력 내부의 기본적 입장차이에서 비롯된다. 민족대회추진위측은 학생위주의 통일행사는 90년부터 시작된 민족대회의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했다며 정치적 구호를 내세우기 보다 대중과 함께 할 수 있는 행사가 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통일방안으로 연방제를 외치기보다 국민적 합의가 가능한 광의의 연방제적 통일방안 모색을, 주한미군철수요구 보다는 미군기지의 임차료문제해결과 한미행정협정개정요구 등 현실적인 대안으로 대중과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범민련 통일행사의 주축이었던 한총련주도의 범청학련 통일축전은 경찰의 원천봉쇄작전으로 집회조차 갖지 못한채 무산됐고, 민족대회는 언론의 이목을 크게 받지 못한채 15일 용산가족공원에서 치러졌다.
문제는 통일운동세력 내부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졌다는 것이다. 범민련측은 민족대회를 대중추수주의로 격하하고, 민족대회 추진위측은 범민련을 정치구호로 자기 존재기반을 찾으려는 집단으로 비판하고 있다.<김동국 기자>김동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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