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혹수사로 세상 귀찮아 조서 서명”/검찰과 설전도 불사 태도 강경 돌변정태수 한보그룹 총회장이 18일 열린 한보그룹 특혜비리사건 항소심 2차공판에서 그동안의 「침묵」을 깨고 「대반격」에 나섬으로써 그 배경과 향후 재판추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4월15일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3개월여동안 실어증 증세를 보여온 정씨는 특유의 『기억나지 않는다』던 진술태도에서 탈피, 이날은 구체적인 날짜와 시간까지 들어가며 검찰과 설전까지 불사하는 강경한 태도로 맞섰다.
정씨는 먼저 『한보철강에 개인재산 1천6백여억원을 쏟아넣고 2천5백여억원의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했으며 회사돈을 유용한 사실이 없다』고 횡령혐의를 부인한 뒤 사기, 부정수표단속법위반 등 혐의에 대해서도 검찰의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정씨는 또 『1월16∼17일께 청와대에서 만난 이석채 경제수석이 「한보는 빈 깡통」이라며 경영권 포기문제를 언급했다』고 처음 밝혀 주목을 끌었다. 정씨는 『그때 청와대를 나오면서 당시 떠돌던 현대에 의한 한보인수설이 표면화하는 것 같아 몹시 불쾌했다』며 한보철강의 부도가 정치권의 압력에 의한 타살이라는 것을 입증하려 했다.
정씨는 특히 이날 공판에서 『4월15일 새벽 2시까지 검찰조사를 받고 구치소로 돌아온뒤 뇌졸중에 빠져 실어증에 걸렸다』며 가혹수사를 문제삼았는가 하면 본인이 날인한 피의자 신문조서조차 『가혹수사로 세상만사가 다 귀찮아서 읽어보지도 않고 서명날인했다』고 검찰을 몰아붙였다.
법정주변에서는 정씨의 이같은 갑작스런 태도변화가 옥중재기를 위한 계산된 행동일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정태수리스트」관련 정치인들에 대한 1심재판에서 예민한 부분이 대충 마무리된 데다 최근 차남 원근씨마저 구속되면서 그동안의 침묵이 도리어 자신의 입지를 좁혔다고 판단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정씨는 지난번 밝혀진 옥중메모에서 당초 재기를 위한 대반격의 시도를 항소심 최후진술 때로 잡았었다. 그러나 이 경우 판결에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는 점 등을 감안, 항소심 재판과정에서부터 대응강도를 점차 높여가는 쪽으로 재판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앞으로 한보그룹의 공매처분 등으로 상황이 악화할수록 정씨의 발언강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이영태 기자>이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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