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파일」로 본격 확대조짐/예측불허 정가 “또 공안정국이냐” 술렁정치권에 또다시 「북풍한파」가 몰아치는가. 오익제씨 월북사건으로 정치권이 크게 술렁이고 있다. 국민회의 고문이었던 오씨의 월북사건이 정치권에 드리운 파장은 결코 예사롭지가 않다. 대통령 선거전 초반에 발생한 의외의 외생변수로서, 이번 사건이 확대재생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오씨사건은 일시적 돌출변수가 아닌 「북풍의 시작」에 불과하다는 견해가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황장엽리스트」를 토대로 야권의 중진의원을 포함한 일부 정치권인사들에 대한 공안당국의 내사작업이 진행중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는 것은 그런 맥락이다.
오씨도 이같은 내사과정에서 북한으로 넘어갔을 것이란 지적에 대해 공안당국은 부인하지 않고 오히려 묵시적으로 시인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여야는 「병역공방」에 이어 이른바 「색깔공방」으로 전선을 확대하고 있다. 여야의 공방은 가히 파상적이다.
신한국당은 18일 김대중 총재의 사상행적을 문제삼으며 8가지 의혹을 제기했고, 국민회의는 오씨가 평통상임위원으로 활동한 것 등을 들어 역공세를 취하는 한편 신한국당내 일부 인사들에 대한 「역색깔론」을 제기했다. 여야정치권이 「북한 커넥션」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고 있는 것이다.
그런만큼 관심은 또다시 「황장엽파일」에 모아지고 있다. 대공수사에 정통한 여권의 한 관계자는 이날 『황장엽파일을 토대로 현재 광범위한 공안당국의 내사가 진행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정치구조 아래서 우리 정치권은 남북문제나 돈문제로부터 절대 자유로울 수 없다』면서 『황씨는 북한의 최대국책사업인 대남공작사업에 직간접으로 간여해온 인물로, 광범위한 정보를 갖고 있으며 이 정보는 앞으로도 끊임없이 제공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안당국 및 여권의 소식통들은 소위 황장엽파일에 들어있는 정치권인사가 누구인가에 대해 한결같이 함구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여권일각에서는 『수사대상에는 누구라고 하면 다 알만한, 깜짝 놀랄 만한 인사도 포함돼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현 시점에서 그 실체를 확인할 방법은 없다. 문제는 정치권 전체가 또다시 공안바람의 사정권에 들어가게 되느냐는 점이다.
물론 공안당국의 내사범위는 정치권에만 한정돼 있는 것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내사대상의 우선순위로 정치권인사가 자주 거론되는 현실은 대선을 앞둔 정치상황을 예측불허의 긴장국면으로 몰아넣을 개연성이 다분하다.
가령 현재 각종 여론조사결과 대국민 지지도에서 앞서가는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를 궁지에 몰기 위한 공안공세가 아니냐는 시각이 우선 있을 수 있다. 국민회의측은 이 점을 가장 크게 경계하고 있다. 그러나 공안당국의 수사결과 구체적으로 혐의점이 드러난 정치권 인사가 밝혀질 경우 정치권은 즉각 총체적인 사상검증 논란에 휩싸이게 될 전망이며 이는 대선가도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나아가 사상논쟁은 이념재무장의 동기를 제공할 것이고, 정치권 일각에서의 「보수연대」 움직임을 유도하는 단초를 마련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정치권은 정치적 손익계산에 매달린 공방에만 몰두할 게 아니라 일단은 공안당국의 수사결과를 지켜보는 침착성과 인내를 잃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정진석 기자>정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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