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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부사퇴’ 당·정­기아 막후접촉 엇갈린 진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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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부사퇴’ 당·정­기아 막후접촉 엇갈린 진술

입력
1997.08.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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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거짓말을 왜 하고있나/정황 볼때 ‘만남’ 거의 확실/노조·경영진서 반발 거세자 김 회장측 면담부인 나선듯/사태해결 다시 깊은 수렁에「누군가 거짓을 말하고 있다」

17일 중국 출장길에 오른 기아그룹 김선홍 회장은 출장에 앞서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당정 고위관계자들을 만나 조건부 사퇴를 논의했다는데 사실인가』를 묻는 질문에 『사실 아니다』고 부인했다.

신한국당 서상목 의원의 지난 14일 『통상산업부 임창렬 장관, 기아 김회장 등 3자간 면담을 통해 김회장의 조건부 사퇴에 의견접근이 있었다』는 발언을 완전히 뒤집었다.

그러나 통산부 임장관은 김회장과의 면담사실을 분명히하고 있어, 김회장이나 임장관·서의원 가운데 한쪽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임장관은 호주 출장에서 돌아온 16일 하오 기자들과 만나 『김회장에게 기아를 살리고 한국의 자동차 산업을 살리는 현명한 판단을 해달라고 당부했다』며 『채권단이 요구하는 사표가 곧 김회장의 즉각적인 경영권포기를 뜻하지는 않는다는 정부입장을 전했다』고 말했다.

임장관은 특히 『김회장이 자구노력을 제대로 하면 그만두겠다고 해도 다들 말릴 것이며, 누가봐도 확신이 가도록 자구계획을 실천해 나간다면 각계에 직접 나서서 지원요청을 하겠다는 뜻도 전달했다』고 밝혔다. 김회장과의 면담사실을 확실히 한 것이다.

이같은 정황이나 당사자들의 발언 등을 종합해 볼 때 임장관과 김회장, 서의원의 지난 9일 막후접촉에 대해서는 김회장이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그렇다면 그 「의도」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정부나 재계 관계자들은 이들의 막후접촉이 「김회장의 조건부 사퇴수용」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점을 들고있다. 서의원이나 임장관은 『이날 모임에서 김회장이 조건부 사표제출에 합의했다』고 말하고 있어 그룹내에서 「사표제출 불가」를 외치고 있는 노조나 경영진을 안심시키기 위해서는 김회장이 면담자체를 부인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같은 설명은 『당초 채권단이 요구하는 사표를 제출하겠다는 의사를 갖고있던 김회장이 기아 내부로부터 강한 반발에 부딪쳐 번복한 것으로 알고있다』는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말에서도 뒷받침되고 있다. 사표제출을 통한 해법에 동조했던 김회장이 내부반발때문에 한발 물러섰다는 것이다.

때문에 『면담한 바 없음』 『사표제출보다는 자구에 전념』이라는 김회장의 말은 해결기미를 보이던 기아사태를 또 다시 미궁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적극적인 중재로 입지를 강화하려던 신한국당 이회창 대표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김회장의 사표제출- 자구기간중 경영권보장- 채권단의 지원- 기아회생 등의 수순을 생각하던 이대표와 당의 계획에 차질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기아사태는 김회장이나 채권단의 특단의 조치가 없는한 조속한 해결이 어려울 전망이다.

◎김선홍 회장 일문일답/“일단 기아 살려낸뒤 내 잘잘못 따지는게 사표보다 더 중요하다”

16일 김선홍 기아그룹회장은 중국 출장전 기아그룹 기자실에서, 임창렬 통상산업부장관은 호주출장후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김포공항 사무실에서 각각 기자들과 만났다. 다음은 이들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채권단이 사표를 요구하고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인가.

『채권단과의 오해를 풀기 위해 내가 직접 나설 것이다. 사표를 내는 것은 비즈니스 사회에서 중요한 것이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이 뭔지 따져봐야 한다. 얼룩말이 다리를 다쳤는데 도끼로 찍지 말고 붕대로 감아줘야 할 것 아닌가』

―기아그룹을 어떻게 회생시키겠다는 말인가.

『기아그룹은 비브리오균에 의한 집단 식중독 환자다. 링거주사를 놓거나 메스를 가해야하고 산소도 불어넣어야 한다. 가장 경험이 많은 의사가 나서 병을 고쳐야 한다. 병을 고친뒤 (나의) 잘잘못을 물어봐야 하지 않는가』

―임창렬 통상산업부장관 등 정부 관계자들과 만나 조건부 사퇴론을 협의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기아측은 부인했는데.

『안 만났다는 기아그룹의 발표가 맞다. (서로의 이야기가 다른 것은)터널을 뚫을 때 서로의 각도가 다르면 굴이 두개가 되는 것이 아닌가』

―이회창 신한국당 대표가 소하리공장을 다녀간뒤 기아 사태 해법이 나왔다고 하는데.

『정부나 정치권이 은행이 아닌만큼 기아에 직접적인 지원을 해줄 수 없을 것이고 기아로서도 지원을 요청할 생각이 없다. 그러나 정치인들이 여러 위험을 무릅쓰고 기아에 와서 격려해준 것에 대해 매우 고맙게 생각한다』

―김회장을 둘러싼 악성 루머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중역들이 협력회사를 보유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돌고 있다. 노조와 경영진이 부패해 부도유예사태에 이르렀다는 말도 듣고 있다. 그러나 단언컨대 기아와 나 자신에 관한 악성 루머는 모두 사실이 아니다. 내 아들도 기아그룹에 입사하고자 했지만 내가 말렸다. 채권단이 이를 충분히 이해해주길 바란다』

◎임창렬 장관 일문일답/“사표는 자구의지일뿐 3자인수 않겠다는 정부의지 왜 못믿나”

―기아 김선홍 회장과 무슨 말을 나눴나.

『평생을 자동차사업을 위해 살았는데 어려운 상황을 풀기위해 마음을 비우고 대처해 달라고 당부했다. 사표문제도 자신보다는 기아, 기아보다는 한국의 자동차산업을 살려야 한다는 차원에서 판단해 달라고 말했다. 기아를 살리려면 신뢰를 바탕으로 한 채권단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이들에게 신뢰감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기아사태의 해결은 김회장의 사표제출에 있는 것 같은데.

『김회장의 사표가 곧 퇴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자구에 적극 노력한다는 결의의 표시다. 경제부총리와 통산부장관이 직접 나서서 현정부에서 제3자인수가 없음을 분명히 했는데 믿어야 할 것 아닌가. 자구노력이 제대로 이루어질 경우 김회장 스스로 그만두겠다고 해도 말릴 것이다. 그러나 김회장이 사표도 안내고 자구도 제대로 안되면 정말로 경영할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는 말도 했다』

―현재까지 기아의 자구노력에 대한 평가는.

『기아특수강을 끊어내라고 하니 현대 대우와 공동경영을 하겠다고 하고 아시아자동차도 합병하겠다고 한다. 기아특수강을 현대와 대우에게 아예 넘겨 부품을 공급받든지 아시아자동차의 특수성을 채권단에 설명하든지 좀더 분명히 해야 한다. 현재 계열사 처리방법은 문제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김회장이 조건부 사퇴를 원칙수용했다고 하지만 김회장은 만난 사실조차 부인하고 있는데.

『어려운 입장이 있는 것으로 알고있다. 그날의 분위기는 좋았다』

―김회장 면담전 강경식 부총리와 사전협의가 있었는가.

『과정에 대해서는 추후 밝히겠다.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다』<이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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