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순 서울시장이 12월에 있을 대통령선거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또한 경기지사 이인제씨와 박찬종 박철언 의원이 대통령선거에 출사표를 던지리라는 추측이 무성하다. 우리나라 대통령 후보의 난립상은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에 영웅과 호걸, 맹주와 재사들이 난무하던 것을 방불케 한다.일찌기 논어에서 공자가 이르기를 인간은 억측하지 말고 집착하지 않으며 고루하지 않고 나만을 고집하지 말라고 하였다. 현재의 상황은 실로 예측이 불가능하여 억측이 어렵게 되어 있고 특정한 후보에게 집착하기가 어렵다. 또한 새로운 후보가 자주 등장하니 신선한 충격도 받고 나의 후보만을 고집하기 어렵게 되어 있다.
물론 조순 시장의 인격이 훌륭하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대통령선거에 출마하신 분들이 전부가 훌륭한 분이라고 생각된다. 또한 민주주의 국가에서 개인이 공직 후보가 되는 것은 그들의 자유이며, 법이 정한 특권이다. 문제는 이같은 후보의 난립이 진정한 민주주의제도를 정착시키는데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데 있다.
현대정치의 원칙은 대의정치이다. 인구도 많고 사회도 복잡하기에 우리는 우리의 대표를 선출하여 국가기관에 우리의 이익을 반영토록 한다. 그러나 국민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해 우리는 다수결이라는 해결방법을 선택하게 되어 있다. 결국 민주국가는 대의정치를 다수결이라는 원칙에 의해 운영한다.
대통령후보가 난립하면 민주정치의 대표성을 확립하기도 어렵고 다수결의 원칙도 존중되기 어렵다. 이론적으로 4명의 대통령후보가 있을 때, 26%만 획득하고도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92년 대통령선거에서 후보중 어느 누구도 다수표를 획득하지 못하였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문민정권도 국민의 소수를 대표하면서 시작하였다. 심지어는 미국과 같은 나라에서도 92년 3명의 후보가 선거를 치러 클린턴 대통령이 다수표를 획득하는데 실패하였다. 후보자의 난립은 소수의 의사를 대표하는 대통령을 선출하기 마련이며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을 수호하는데 실패하기 일쑤다.
대통령 후보자의 난립에 의한 정치적 결과를 간단히 열거해 보자. 첫째 후보자의 난립은 민주정치에서 중요한 요건인 정통성을 확립하기 어렵게 한다. 민주정치의 정통성은 선거에 의해서 확립되지만 또한 국민의 다수결에 의해서 얻어진다. 소수의 투표로 선출된 대통령은 정통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현 정권도 다수를 획득하지 못하였기에 문민정권이라는 기치하에 정통성을 수립하려고 했다.
둘째 정치는 상징성이 중요하다. 특히 민주국가는 민주적인 상징능력을 요구한다. 소수를 대표하는 대통령은 국민이 사랑하고 소중히 여길 수 있는 상징적 능력을 수립하기가 어렵다. 결국 정통성이 결여되고 유약한 지도자가 되거나 아니면 정반대로 독선적인 통치자가 되기 일쑤다.
셋째 대통령후보가 난립할 때 민주국가에서 필요한 예측가능한 정치가 어렵게 되어있다. 정치의 명확성이 결여돼 미래를 예측하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때로는 엉뚱한 사람이 대통령이 되기도 한다. 92년 미국 대통령선거에서는 로스 페로가 출마하는 바람에 부시가 클린턴에게 대통령자리를 내주었다. 문제는 로스가 보수층을 부시와 쪼개 클린턴이 어부지리를 얻게 된 것이다. 민주국가는 유사한 세력들이 연합해서 다수를 이루게 되어있다. 그러나 후보의 난립은 유사한 세력들이 힘을 결집하여 국민의 다수세력을 형성하는 것을 방해한다.
민주국가에서는 사회가 복잡하고 다양하기에 모두가 수긍하는 최선책을 택하기가 어렵다. 결국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다수가 받아들일 수 있는 차선책이나 최대한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차선인물을 선택하게 되어있다. 그러나 후보가 난립하면 각자가 최선의 선택을 하려다가 엉뚱하게 제3의 후보를 택하게 될 수 있다. 결국 비슷한 세력들의 최대공약수를 수립하는데 실패하게 된다.
바라건대 각 후보는 국민의 의중을 깊이 통찰하여 승산이 전혀 없을 때는 깨끗이 물러날 줄 알아야 한다. 그럼으로써 불필요한 사표를 줄일 수 있다. 또한 국민들도 이번 대선에 현명하게 투표함으로써 소영웅주의자들이 우리의 정치과정에서 발붙일 수 없게 해야 한다. 민주정치과정은 실로 우리에게는 소중한 삶의 일부이기에 이것을 우리는 꼭 지켜야 한다.<정치학>정치학>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