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입기업 확산불구 되레 종이사용량 증가/정착까지 아직 먼길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국내굴지의 S그룹 계열사인 모기업 직원들은 사과상자를 나르느라 바쁘다. 상자 속에 있는 물건은 진짜 사과가 아니다. 그렇다고 비자금도 아니다. 그 속에는 기안용지 등 종이가 하나 가득 들어있다.
S그룹은 95년 9월부터 전자결재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매년 9월 문서사용여부를 점검해 부서고과에 반영하고 있다. 문서가 나오는 부서는 감점을 받기 때문에 감사기간에는 직원들이 눈치껏 문서를 감추거나 사과상자에 담아 출퇴근하면서 가져간다. 정보시대로 접어들면서 대기업들이 경쟁적으로 도입한 문서없는 사무실이 빚어낸 새로운 풍속도이다.
S그룹 관계자는 『종이에 익숙한 세대라서 모니터를 들여다보며 결재하고 문서를 만드는 일이 아주 어색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직원들은 전자결재받기전 문서로 출력해 본다』고 말했다. 잘못된 부분은 몇번씩 재출력해서 수정하다보니 오히려 종이사용량이 전자결재 시스템 도입전보다 배로 늘어났다.
L그룹도 마찬가지. 모계열사에서는 전자결재 시스템을 도입하며 각종 서류는 물론이고 모든 공지사항을 전자우편으로 대체했다.
전자결재 시스템이 낯설던 초창기에는 해프닝도 많이 일어났다. 어느 사원은 전자우편으로 발송된 직장민방위교육 연기통지를 미처 확인하지 못해 혼자 훈련장으로 나가기도 했다.
L그룹 관계자는 『전자결재 시스템으로 의사결정시간은 빨라졌지만 항상 전자우편을 확인해야 하는 등 사원들의 부담이 늘어났다』며 『전자결재가 정착될 때까지 종이사용을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최연진 기자>최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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