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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익제 월북사건의 책임(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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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익제 월북사건의 책임(사설)

입력
1997.08.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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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천도교 교령 오익제씨의 월북은 북한주민이 말할 수 없는 기아상태에 시달리고 있는 시점에서 일어난 매우 의아스런 행동이 아닐 수 없다. 개인사정에 얽힌 특이한 예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천도교는 한국종교계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단체일 뿐 아니라 오씨가 과거 야당의 고문과 종교위원장을 맡는 등 상당한 사회적 책임자의 위치에 있은 인물이기 때문에 그의 월북이 남북간에 다같이 잘못된 판단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유의하지 않을 수 없다.첫째 북한은 그의 월북을 계기로 김정일체제가 저지르고 있는 잘못을 잘못이 아닌 것처럼 덮으려 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오는 평양성명을 통해 『김정일 영도자가 영도하는 훌륭한 사회에 온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국민 식생활을 해결하지 못하고 굶어죽는 사회가 되고 있는 것은 산허리에 다락밭을 만들어 전국토를 황폐화시킨 김정일의 농업정책과 국민생산의 80%까지를 군사비에 투입하는 전쟁체제유지 정책 때문이다.

이 기본적 과오가 최근 약간 수정되는 듯했는데 오의 입을 통해 『김정일이 영도하는 훌륭한 사회』가 선전된다면 북한의 회생을 그만큼 더디게 하는 것이 된다.

둘째 남한은 오의 월북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거나 과장된 중대사건으로 다뤄 매너리즘적 치안소홀상태나 매카시선풍이 일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오는 공당에서 상당한 정당활동까지 한 인물이었고 전임 천도교령 최덕신의 월북과 관련해 그동안 북한과 상당한 접촉이 있었다는 점에서 볼 때 당국은 당연히 그의 행동을 주시했어야 했다. 더군다나 그는 황장엽리스트에도 올라 있던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왜 그의 월북이 사전에 잡히지 않았는지에 대해서도 철저한 규명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이 사건이 정치에 이용되거나 매카시선풍이 이는 걸 막을 수 있다.

한가지 이 사건을 통해 재고해야 할 일은 이산가족문제를 풀어낼 수 있는 길을 좀더 현실적으로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는 북에 노모와 전처, 딸 등을 두고 있는데 아마도 그의 이런 이산가족배경이 북한공작활동의 표적이 됐고 결국에는 종교지도자, 정당간부를 지낸 인사로서는 생각할 수 없게도 김정일만세를 부르게 된 것이 아닌가 짐작된다. 과거 동독 비밀경찰(스타시)은 서독내 동독스파이 활동조직의 끈을 90%이상 이산가족과 맺고 있었다.

서독정부는 뒤에 이를 알고 막대한 예산을 들여 공개 또는 비공개적으로 동독내 이산가족에 대한 안부를 캐내오고 동독관리를 매수해 이산가족을 빼내오는데 전력을 기울였다. 돈을 주고 빼내 온 숫자가 4만명이나 됐다.

한국은 서독만큼 부자는 아니지만 남북한간의 부의 차이는 과거 동서독 차이를 훨씬 넘어서고 있다. 이산가족 정보축적을 위한 국제적 체계를 만든다면 남북통일에도 도움이 안되고 개인적으로도 비극인 북한동조행위를 막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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