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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영전에 바친 우승컵…/일 고바야시 눈물의 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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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영전에 바친 우승컵…/일 고바야시 눈물의 재기

입력
1997.08.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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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병마로 세상떠난 아내 병수발로 무관의 깊은 슬럼프/올 후지쓰배 제패 44세 노장 부활『이 몇년 동안 좋은 일이 없었습니다. 세계에의 길이 그렇게 멀었으므로 우승은 기쁩니다. 작년 아내를 잃고…』 지난 2일 생애 처음으로 세계바둑대회에서 우승하는 순간, 일본의 고바야시 고이치(소림광일) 9단은 아내 이야기가 나오자 절로 솟아나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얼마나 길고 험난한 여정이었던가. 일본의 언론들은 「염원의 세계 챔피언-고바야시 고이치 9단의 부활」이란 제목으로 그의 제10회 후지쓰배 우승을 대서특필했다.

80년대 한국의 조훈현, 중국의 녜웨이핑과 함께 「황금 트리오」로 불리며 세계 바둑계를 휘어잡았던 고바야시. 그의 주가는 85년말부터 치솟기 시작했다. 일본의 3대 기전인 명인 기성 혼인보를 모두 석권한 조치훈 9단을 4승3패로 꺾고 명인에 오른 그는 이듬해인 86년초 유명한 「휠체어 대국」을 승리로 이끌어 조 9단으로부터 기성 타이틀마저 빼앗았다. 그의 전성시대는 86년부터 기성 8연패, 87년부터 명인 7연패라는 놀라운 기록이 뒷받침한다.

이때까지, 그에게 혹독한 시련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상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94년초 조 9단에게 기성 타이틀을 빼앗긴 그는 이듬해 명인 타이틀을 빼앗기며 무관으로 전락했다. 타이틀 멤버였던 그는 본선멤버로 전락해 신진들에게 짓밟히는 쓰라린 「패배의 길」을 걸어야 했다. 96년에는 34승14패로 다승부문에서 10위로 물러났다.

그의 깊었던 슬럼프는 사랑하는 아내 고바야시 레이코(소림례자)의 죽음과 관련이 깊다. 오랫동안 불치의 병에 시달리는 연상의 아내를 남 몰래 수발해온 그는 지난해 4월 레이코가 숨지자 정신적 충격을 추스리지 못했다. 스승 기다니 미노루(목곡실) 집안의 대를 잇기 위해 14살이나 위인 스승의 장녀 레이코와 결혼한 그였기에 슬픔은 더욱 컸다. 그런 그를 두고 일본 바둑계에서는 「한물갔다」, 「재기불능이다」라는 말이 공공연히 오갔다.

그는 후지쓰배 우승 직전 『아내의 죽음은 엄청난 충격이었다.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아내의 죽음은 바둑없는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했다』고 말했다. 다시 칼날을 세웠음을 선언한 말이었다.

그는 삼성화재배나 LG배 등 세계대회의 초청멤버에서 제외됐지만 지난해부터 자비 부담으로 예선전에 참석하기 시작했다. 처절한 백의종군이었다. 불확실한 세계제패의 영광을 향해 승부사로 재탄생한 것이다. 그는 각종 기전에서 맹활약했고(97년 현재전적 32승 12패·다승 2위) 드디어 후지쓰배 우승의 영예를 차지했다. 최근 명인전 도전권도 따냈다.

한 바둑전문가는 『마흔 네살의 그가 세계대회에서 우승한 사실은 나이가 들어서도 바둑의 길, 승부의 길은 얼마든지 열려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한국 바둑계에 신선한 충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서사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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