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선기선 영해안에서 한국어선의 조업을 단속할 권한이 없다」는 일본의 한 하급법원의 판결 속엔 현재 일본에서 부딪치고 있는 「법치주의」와 「팽창주의」란 두 얼굴이 투영돼 있다. 즉 전후 일본의 최대목표인 법치주의가 점차 거세지고 있는 팽창주의로 인해 그 모습을 흐리고 있는데 대한 법원의 강력한 제동이라고 할 것이다.일본정부는 직선기선을 새로 설정할 경우 상대국과 협의해야 한다는 한일어업협정의 규정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직선기선을 긋고 어로작업을 하는 한국어선을 나포하는 등 횡포를 부렸었다. 재판부가 판결문에서 국제법은 국내법에 우선한다는 헌법조항까지 인용할 만큼 심한 억지를 부려왔었다.
한국정부도 이번 판결과 똑같은 취지로 일본의 불법적인 어로단속에 이의를 제기했으나 일본은 신해양법에 따른 당연한 「주권행위」라며 이를 거부, 우익바람 속에 팽창주의로 치닫고 있는 일본의 오만함을 그대로 드러냈었다. 오히려 기회있을 때마다 한일어업협정을 파기하겠다고 으름장까지 놓았다.
이번 판결로도 일본이 법을 무시하는 위압적인 태도를 버릴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헌법까지도 편의대로 해석하는 「해석개헌」을 서슴지 않는 상황에서 하급심의 판결을 준수하기 보다는 상급심에서 이를 뒤엎으려 노력할 것이 분명하다. 필요에 따라서는 팽창주의가 법치주의를 압도하는 것이 일본이다.
이를 입증이나 하듯 외무성 등이 이번 판결에 불복의 뜻을 밝히고 있고 해상보안청도 직선기선 안에서 조업하는 한국어선을 계속 나포할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는 한일어업협정 개정협상을 앞두고 자기측 주장의 바탕이 흔들리게 된 데에 대한 반발이자 「생떼」라고 할 것이다.
일본정부의 반발이 어떠하든 이번 판결로 그동안 한국정부의 주장이 타당했다는 것이 입증됐다. 이로써 한일어업협상에서 지금까지의 수세적 입장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자만은 금물로 어업협정 개정협상과 이달말로 예정된 직선기선 전문가회의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일본법원의 판결도 국제법이 국내법에 우선한다고 했지 일본이 일방적으로 그은 직선기선 자체의 부당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여기에 이번 판결에 자극을 받은 일본정부가 어업협정 파기를 무기로 들고 나올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일본정부도 아무리 국내사정이 어렵다고 하더라도 어업협정처럼 상대가 있는 문제를 팽창주의를 배경으로한 위압과 억지로 해결하려는 자세를 지양해야 한다. 이것은 문제해결을 더욱 복잡하고도 어렵게 만들 뿐이다. 한일어업협정의 기본정신에 따라 차근차근 대화로 해결하는 것이 양국의 앞날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일본법원이 이번 판결에서 요구하는 것도 바로 이 점임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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