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분배투명성 보장받아야(사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분배투명성 보장받아야(사설)

입력
1997.08.16 00:00
0 0

북한이 국제사회가 지원한 식량중 일부를 군량미로 전용하거나 지도층에게 유출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은 주목할 만하다. 국제사회가 아사 지경의 굶주리는 북한동포들을 위해 식량을 모아 보낸 것의 상당부분으로 북한이 군대를 키우고 유지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한마디로 순수한 인도주의 정신을 악용한 배신행위가 아닐 수 없다. 국제사회는 북한주민들에게 식량이 직접 전달되는 이른바 분배의 투명성이 보장되도록 북한측에 강력한 압력을 행사해야 할 것이다.개인 또는 국가가 재난을 당했을 때 상황을 정확히 알리며 지원을 요청하고 지원을 받으면 적절하게 분배한 뒤 이를 준 쪽에 상세히 알리거나 아니면 돕는 쪽이 직접 전달하도록 적극 협력하는 것이 상례이다. 내전과 기근으로 곤궁에 처했던 에티오피아, 수단, 소말리아 등은 국제적 지원활동에 대해 자신들의 상황을 완전 공개하면서 협조한 바 있었다.

그러나 북한은 3년전부터 수해 등으로 식량난을 호소하여 지금까지 국제사회로부터 3억여달러 상당의 식량 등을 지원받았으면서도 체제의 문을 꼭 닫고 있다. 다만 국제사회의 눈총 때문에 세계식량계획(WFP) 국제아동기금(UNICEF) 국제적십자연맹 등 요원들의 평양상주를 허용했지만 그들도 일부지역의 배급현장만을 볼 수 있을 뿐이다.

2년전 한국과 일본이 각각 15만톤과 50만톤씩의 쌀을 지원했을 때 북한은 이중의 상당부분을 군량미로 전용했거나 군량미와 교체해서 비축했다는 소문이 떠돌았다. 실제 김영삼 대통령은 작년 북한이 우리가 준 쌀의 대부분을 군사용으로 전용했다고 밝혀 국민들을 분노케 한 바 있었다.

북한의 태도와 행동은 위선과 모순 투성이다. 「주체사상」을 내세워 식량난은 있을 수 없다고 호언하는 한편으로 세계각국에 식량구걸을 하면서 100만 병력의 세계에서 가장 호전적인 군대를 유지하고 있다. 또 아사자가 속출하고 200만∼300만명의 어린이가 피골이 상접한 상태인데도 수억달러를 들여 김일성묘를 단장하고 500여명을 쿠바세계청년축전에 보내 김정일체제선전에 열을 올려 빈축을 사고 있는 것이다.

이번 북한에 갔던 미 하원 정보위의원 일행이 배급현장 시찰을 거부당한 채 지원식량의 군사용 전용소식에 분개하여 쌀지원때 비정부기구(NGO) 요원들의 배급현장 감독을 의무화하는 결의안을 내기로 한 것은 당연하다. 식량지원을 받으면서도 오만하기 짝이 없는 북한으로 하여금 배급의 투명성을 보장하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95년 15만톤에 이어 올해들어 10만톤의 옥수수를 지원중인 정부도 북한에 배급현장 참관보장을 강력히 촉구할 필요가 있다.

동포애와 인도주의에 입각해 지원한 식량이 배고픈 주민들은 외면한 채 군사력 유지에 쓰이는 걸 언제까지 방관할 수는 없다. 이젠 북한의 반성과 태도변화를 요구해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