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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의 8·15/김철훈(특파원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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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의 8·15/김철훈(특파원 리포트)

입력
1997.08.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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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8·15는 가슴벅찬 광복절이다. 그러나 일본 사람들에게는 뼈아픈 「종전기념일」이다. 그래서 이날을 맞는 두나라 국민의 표정은 판이하다.해마다 이날이 되면 일본 정부는 커다란 행사를 주최한다. 전쟁에서 「희생」당한 일본 사람들의 명복을 비는 「전국 전몰자 추도식」이 그것이다. 올해도 일왕부부를 비롯한 지도급 인사와 유족 6,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 행사는 시종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이같이 「슬픈」 분위기는 매년 8월에 접어들며 조성되기 시작한다. 신문과 방송에서는 전쟁과 관련된 여러가지 이야기를 보도하며 패전의 의미를 나름대로 곱씹는다. TV방송들은 전쟁관련 영화 및 기록영화를 특별 편성해 방송하기도 한다. 언론만 하더라도 일본의 침략행위를 드러내 놓고 옹호하지는 않는다. 일본의 침략과 만행에 대한 비판과 반성을 담는 특별 프로그램을 종종 접할 수 있다. 최근 TBS가 11시 뉴스에서 731부대의 생체실험 등 전쟁중 일본의 만행을 차분하게 고발한 것은 그 한가지 예다. 그러나 대부분은 애매모호한 내용을 담고 있다. 전쟁의 참상이나 희생자·유족에 대한 연민을 느끼게는 하지만 진정으로 일본의 잘못을 알려주고 바로잡는데 까지는 이르지 못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원자폭탄으로 희생당한 히로시마(광도)의 원폭 반대시위와 「평화기념식」에서도 그같은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원자폭탄은 지구에서 영원히 사라져야 하고 앞으로 절대로 그같은 비극이 반복돼서는 안된다. 하지만 일본사람들은 원자폭탄이 떨어진 역사적 배경과 직접적인 이유는 꽁꽁 숨긴채 「원폭 피해자」로서의 모습만을 부각시키고 있다. 결국 「종전기념일」의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 속에는 반성과 사과의 결의보다는 「아쉽게」 패배한 일본, 「무고하게」 숨진 희생자와 원폭 피해자에 대한 슬픔만이 짙게 배어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이날 히로시마 시마네(도근)현의 하마다재판소에서는 조업중 나포된 한국의 대동호 선장 김순기씨의 재판이 열렸다. 일본이 종전기념일을, 아니 한국의 광복절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도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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