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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사태 또 ‘김선홍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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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사태 또 ‘김선홍 딜레마’

입력
1997.08.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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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진·노조 등 “사표제출 반대”로 막바지 진통/정부지원 화답 불가피 “김 회장 내주 결심” 예상한달이상 혼미를 거듭해온 기아사태가 정치권의 중재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가운데 김선홍 기아그룹회장의 거취문제가 또 다시 최대변수로 부각되고 있다.

정부와 채권단이 당초 방침을 바꿔 기아그룹 김회장의 조건부사표 제출을 전제로 지원에 나서기로 입장을 정리했으나, 기아그룹의 내부반대가 김회장의 결단을 가로막아 막바지 진통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임창렬 통상산업부장관이 김회장을 만나 조건부사표 제출에 관해 원칙적인 합의를 본 것으로 알려진 9일이후 기아사태는 해결의 가닥을 잡는 쪽으로 급진전돼 왔다.

정부와 채권단은 김회장과의 약속대로 김회장의 사표는 받되 수리여부는 자구노력의 결과에 따라 결정키로 의견을 모으고 이를 전제로 기아그룹의 회생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키로 방침을 정했다.

이런 가운데 이회창 신한국당대표까지 나서 기아측이 가장 두려워하는 「제3자인수」는 배제키로 사실상의 언약까지 하는 등 분위기를 잡아갔다.

김회장도 임장관을 만난 이후 기아간부들과 노조를 설득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 12일께 까지만 해도 사표를 제출키로 마음 먹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기아그룹의 고위관계자는 『김회장은 부도유예기간 중에는 자구노력에 최선을 다하고 그 이후의 거취는 채권단의 결정에 맡기겠다는 내용을 담은 담화형식의 개인성명을 15일 발표할 계획이었다』면서 『김회장은 사표를 내겠다는 의사도 표명키로 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아 일부 임원진들이 끈질지게 「역설득」에 나서면서 김회장의 발목을 잡아 기아사태가 원점으로 회귀하는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김회장은 현재 임원진과 노조의 반발에 밀려 「손익 재검토」단계로 일단 후퇴해 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기아그룹의 상당수 간부들은 14일밤에 있었던 사장단회의 등의 공식회의와 비공식채널을 통해 『조건부라는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법적으로 효력이 있는 사표를 제출할 경우 김회장이 힘을 잃으면서 기아그룹의 지휘권이 채권단쪽으로 넘어간다』고 주장하며 김회장을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회장의 사표제출은 곧 상당수임원들의 동반퇴진을 의미하기 때문에 김회장 주저앉히기에 가담하는 임원들이 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또 부도유예결정 이후 김회장과 행보를 같이해 온 기아그룹 노조도 김회장이 사표를 제출할 경우 노조의 입지도 축소될 수 밖에 없다고 판단, 김회장을 설득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김회장의 사표제출문제는 이미 「루비콘강을 건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정부가 지원을 재개키로 결정, 사태해결의 틀을 짜놓아 기아측의 합리적인 대응이 불가피해졌을 뿐 아니라 김회장이 정부측과 사표제출을 약속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의 시선이 기아쪽으로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기아그룹 계열사의 한 간부는 『김회장은 현재 사표제출에 따른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작업을 진행중인 것으로 안다』면서 『정부가 김회장이 사표를 낼 수 밖에 없는 카드를 내놓았기 때문에 곧 사표제출을 결정할 것으로 보이며 그 시기는 내주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김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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