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가사노동 경제적 평가 인색”/주부 재산기여도 10∼50%밖에 인정안해/위자료판결 64% 지급액 2,000만원 미만맞벌이부부라 할지라도 부인은 가족의 재산형성 기여도에서 남편에 비해 현저히 낮게 평가된다. 특히 전업주부의 가사업무는 경제적으로 거의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서울고법 김찬식(48) 서기관은 91∼95년 634건의 이혼소송재판을 분석한 「이혼으로 인한 재산분할 및 위자료에 관한 실증적 연구」결과를 최근 명지대학원 법학박사학위 논문으로 제출했다.
이 논문에 따르면 법원은 이혼소송에서 부인의 재산형성 기여도를 일단 3분의 1로 잡은 뒤 여기에 혼인기간, 이혼책임정도, 총재산규모 등 여러 요소를 참작, 가감한다. 이에 따라 부인의 재산분할비율은 80%이상이 33∼50%수준에서 결정되고 있다.
실제로 91년 부인이 호텔과 레스토랑에서 피아노를 연주해 생계를 유지하고 부동산을 구입했으며 남편에게 악기연주를 가르쳐 직장까지 알선해 준 사례에 대해 서울가정법원은 부인의 재산형성 기여도를 40%만 인정했다.
가사업무에 대한 법원의 경제적 평가는 특히 인색한 것으로 조사됐다. 95년 뇌성마비 아들의 치료와 생활을 돌보며 남편의 수입을 성실히 관리해 온 주부의 기여도는 불과 20%로 판결이 났다. 김씨는 『가사일에만 전념하는 전업주부의 재산형성 기여도는 최하 10%에서 최고 50%미만으로 밖에 인정되지 않는 다』고 밝혔다. 더구나 전업주부가 이혼에 책임이 있는 경우는 기존 가사노동에 대한 경제적 평가까지도 크게 낮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밖에 부유층일수록 재산형성에 있어서 부인의 기여도가 낮게 평가되는 대신 남편의 경제적·사회적 능력이 더 많이 인정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이혼시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지급이 판결난 483건을 분석한 결과 1,000만∼2,000만원의 위자료판결이 192건(39.8%)으로 가장 많았고 700만∼1,000만원이 117건(24.2%), 2,000만∼3,000만원이 92건(19%) 순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1억원 이상은 4건으로 0.8%에 불과한데다 2억원을 넘는 사례는 없어 정신적 고통의 인정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혼인기간이 1∼4년인 부부가 이혼했을 경우 평균 위자료는 1,900여만원인데 비해 10∼14년인 부부는 2,100만원, 20년 이상된 부부는 2,700여만원으로 나타나 이혼위자료 액수는 혼인기간과 비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이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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