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질은 3분의 2가량이 20세 이전에 발병하므로 소아의 병이라고 할 수 있다. 소아의 뇌는 미숙한 상태여서 성인의 것과 달리 사소한 원인에 의해서도 쉽게 발작하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소아간질은 치료를 시작하기 전에 여러 유형의 발작성 질환과 감별진단할 필요가 있다. 이는 간질이 아닌 질환을 간질로 오진함으로써 초래되는 돌이킬 수 없는 정신적 사회적 고통과 항경련제의 불필요한 투여로 인한 부작용을 피하기 위한 것이다.◎소아간질 진단과 치료/대부분 20세이전 발병/병력조사후 뇌파검사로 우선 발작원인 감별/항경련제 투약으로 80%이상 완치 가능
간질 진단시 가장 중요한 점은 자세한 병력을 조사하는 것이다. 우선 환자의 발작을 목격한 가족이나 주위 사람들에게서 발작이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다가 일어났는지, 얼마동안 지속됐는지, 의식장애가 있었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
이어 뇌파검사를 시행, 발작증상이 정말로 간질발작에 의한 것인지, 다른 질환에 의한 유사발작인지를 감별해야 한다. 임상적으로 간질이 의심되면 수면, 광자극, 과호흡 등에 의한 부활뇌파검사를 시행한다. 이 때 90%이상의 환자에서 이상뇌파를 관찰할 수 있다. 만약 발작이 있는 환자에서 간질성 이상파가 증명되면 확실한 간질로 진단되며, 발작형의 분류와 함께 적절한 항경련제의 선택이 가능해진다. 간질병소의 크기나 심한 정도의 예측도 가능하다.
간질발작은 뇌종양, 뇌혈관기형, 두부외상, 뇌감염증, 선천성뇌발달이상 등에 의해서도 나타날 수 있으므로 머리 부위에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촬영(MRI) 등의 검사가 필요하다. 이는 뇌의 미세한 구조변화를 알아내는 데 도움이 된다.
소아간질은 항경련제 치료로 발작증상을 조절하고 마비증상이 올 때는 물리치료나 작업치료 등 신체증상치료를 한다. 성격장애를 동반한 경우는 정신증상 치료를 하며 장기간 항경련제 치료를 했는데도 발작이 계속되는 난치성 간질의 경우 외과적 수술로 병소부위를 제거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소아간질은 항경련제 치료로 80%이상 완치가 가능하다.
항경련제의 치료효과는 오래 전부터 알려졌으나 약물의 용량이나 부작용은 환자마다 다를 수 있다. 따라서 일률적인 치료란 있을 수 없고 의사의 경험이 치료성패를 좌우하게 된다. 항경련제 투약으로 발작이 억제돼 임상증상이 없는 경우에도 투여 약물이 적정 용량인지를 감시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혈중농도를 측정하고 뇌파검사를 실시, 치료 경과를 관찰해야 한다. 항경련제는 간질발작이 3년이상 완전히 없어질 때까지 매일 정해진 시간에 규칙적으로 복용해야 한다. 수면부족이나 과로 등은 간질발작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규칙적인 생활리듬을 유지토록 도와줘야 한다.<황경태 가톨릭대 의대 교수·강남성모병원 소아과 과장>황경태>
◎소아환자 주의사항/‘나홀로 상황’ 만들지 말도록/항경련제 꾸준히 투여/냉대나 과잉보호 말고 정상아와 똑같이 대해야
간질환자가 항경련제를 규칙적으로 복용, 경련발작이 더 이상 나타나지 않으면 일상생활을 제한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발작이 조절되지 않으면 몇가지 주의하며 생활해야 한다. 우선 혼자 정신을 잃고 쓰러질 수 있는 상황을 피해야 한다. 즉 혼자 문을 걸어 잠그고 목욕을 하거나 높은 베란다 같은 곳에 혼자 서있으면 발작시 치명적이다.
아이가 갑자기 경련을 하면=몸을 누르거나 꽉 붙잡지 말자. 찬물을 뿌리거나 흔들어서 경련을 못하게 하려는 시도도 소용이 없다. 우선 모서리가 날카로운 가구, 깨어지기 쉬운 화병 등 넘어지거나 부딪혀서 다칠 만한 물건을 치워 놓는다. 꼭 끼는 옷이나 넥타이는 풀어주고 숨쉬기 편하도록 비스듬히 눕힌다. 구토를 하면 입안을 깨끗이 닦아주고 기도로 넘어가지 않도록 고개를 옆으로 돌려준다. 경련 중에 무리하게 입을 벌려 약이나 물을 먹여서는 안된다. 혀나 입술을 깨물지 못하게 입안에 딱딱한 물건을 넣으면 이가 부러지거나 물건 조각을 삼킬 위험이 있다. 고무로 된 치아보호틀을 끼워주는 것이 좋다. 경련 발작 후에는 피로하고 예민하므로 안심하고 쉴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 경련 중 일어난 일은 의식하지 못하므로 대변이나 소변을 보았다고 창피를 주거나 벌을 주어서는 안된다. 경련 상태를 자세히 살펴 나중에 의사에게 얘기할 수 있도록 준비한다. 대부분의 경련은 몇분정도 지나면 저절로 끝난다. 15분이상 지속되거나 연이어 계속하면 바로 병원으로 데려 간다.
예방주사는 맞춰도 되나=예방주사를 맞으면 열이 발생, 경련이 일어나기 쉽다. 부작용으로 경련발작 등 뇌장애를 초래하는 예방주사도 있다. 따라서 간질 경련의 치료가 끝날 때까지 뇌염 독감 DPT 홍역 등의 예방주사는 피해야 한다. 그러나 BCG나 간염 예방주사는 맞춰도 된다.
감기약 등의 복용=대부분의 항경련제는 감기약이나 소화제 등과 함께 복용해도 괜찮다. 감기약을 먹는다고 항경련제를 끊으면 고열을 동반한 감기 때문에 경련발작이 더 쉽게 일어날 수 있다.
운동을 하고 싶은데=경련발작이 없어진 다음에는 모든 운동이 가능하다. 치료가 잘 되고 있는 상태라면 수영을 해도 된다. 그러나 경련발작이 완전히 없어지지 않은 상태라면 혼자 수영하면 위험하다. 농구 축구 테니스 스키 등 일반적인 운동은 제한할 필요없다. 다만 태권도 권투 유도 등 머리에 충격을 받는 운동은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캠프나 수학여행은 가도 되나=항경련제를 규칙적으로 복용, 경련발작이 없어진 다음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물론 여행을 떠날 때도 약을 규칙적으로 복용하는 게 중요하다. 아이가 스스로 약을 챙겨 먹기 어려운 나이라면 캠프 인솔자에게 부탁하자. 여행을 가서도 규칙적인 수면을 취해야 한다. 청소년의 경우 과음하지 않도록 보살펴야 함은 물론이다.
학교생활에서 주의해야 할 점=학교에서 경련발작이 나타나면 친구들이 따돌리기 쉽다. 점심시간에 약을 먹어야 하는 데도 친구들이 이상하게 볼까봐 먹지 않으면 증세가 나빠진다. 따라서 담임 및 양호교사와 상담을 통해 질병에 대한 이해를 구하고 도움을 받는 게 필요하다.
컴퓨터나 비디오게임은=정상적인 아동이 컴퓨터나 비디오게임을 한다고 해서 없던 간질이 새로 생기지는 않는다. 번쩍이는 불빛이 경련발작을 유발하는 종류의 간질이 있으나 대부분은 광선 자극과 관련이 없으므로 굳이 컴퓨터나 비디오게임 등을 막을 필요는 없다. 비디오게임 등에 의해 간질 경련이 나타나는 환자라도 항경련제를 규칙적으로 복용하면서 화면을 너무 밝지 않게 하고 3m가량 떨어져서 게임하면 위험이 줄어든다.
간질 아동은 적절한 치료만 받으면 정상 아동과 똑같이 성장할 수 있다. 간질이 있다고 냉대해서는 안되며, 너무 과잉보호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정상 아동과 똑같이 대하면서 사랑으로 감싸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황용승 서울대 의대 교수·서울대병원 소아과>황용승>
◎간질의 수술치료/뇌조직 이상이 발병원인 판명땐 발생부위 제거로 간단히 치료
정상인들은 깨어 있거나 잠을 자는 동안에도 뇌에는 미세한 전기반응이 나타난다. 이를 두피 표면에서 기록한 것이 뇌파이다. 정상뇌파가 유지되다가 갑자기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뇌의 일부 또는 전체에서 비정상적인 강력한 전기가 발생, 자기 의지와는 무관한 발작증세를 보이는 것이 간질발작이다. 간질은 주변에서 가끔 볼 수 있을 정도로 흔한 병이다. 이같은 증세가 만성적으로 반복되면 치료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동양문화권에서는 예로부터 간질환자를 숨기려는 경향이 강했다. 「간질」이라는 말의 어감도 좋지 않아 환자들조차도 꺼리기 때문에 「전간증」이라는 어려운 용어를 쓰기도 한다. 이 때문에 과학적 치료대신 주술이나 민간요법에 의존하는 경우도 많다.
많은 사람이 간질은 유전병으로 알고 있으나 실제로 유전되는 경우는 극소수이다. 소아에게 고열이 있을 때 흔히 나타나는 열성경련은 일시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5세가 넘은 어린이나 성인이 전에는 없던 간질증상을 보이면 만성으로 진행하기 쉽고 뇌종양이나 뇌조직의 구조적 이상이 원인일 수 있으므로 전문의의 진찰을 받아야 한다.
멍한 표정, 입맛 다심, 침흘림, 사지 운동 및 의식소실 양상 등 간질발작 증세를 보면 뇌의 한 부분에서 시작된 부분발작인지 대뇌전체에서 비롯된 전신발작인지 알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뇌파검사이다. 양전자방출 단층촬영(PET)은 뇌의 대사상태를 시각적으로 보여줘 구조적인 이상이 발견되지 않더라도 간질발생 부위의 이상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런 검사를 통해 뇌종양, 혈관이상, 뇌조직의 발육이상 등이 간질의 원인으로 판명되면 수술이 비교적 쉽다. 구조적 이상이 없는 환자도 장기간 약물치료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증세가 심하지 않고 뇌조직의 구조적 이상이 뚜렷하면 즉시 수술을 할 수 있다. 뇌조직에 이상이 있으면서 만성적인 간질증세가 있으면 정밀 뇌파검사를 시행, 병변의 위치와 간질발생 부위가 일치하는 지를 확인해야 한다.
구조적 이상은 없으나 약물치료 효과가 없고 뇌파검사상 부분발작이 의심되면 신경심리검사 등을 통해 수술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발생부위가 모호하거나 기능적으로 중요한 부위근처에 발생한 경우 전극을 삽입, 발생부위를 찾아낸 뒤 후유증없이 간질발생 부위만 제거하면 된다.
부분발작은 간질뇌파 발생부위를 찾아내 주변의 정상적인 뇌기능을 보존하면서 병변을 절제하는 게 원칙이다. 여러 곳에서 불규칙적으로 발생하는 다발성 경련발작이나 뇌 전체에서 일순간 일어나는 전신발작의 경우 뇌조직 일부를 절제하는 것은 의미가 없으므로 집중적인 투약치료를 우선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전되지 않으면 양쪽 대뇌반구를 연결하는 「뇌량」이라는 구조물을 절단할 수도 있으나 신중해야 한다. 최근 수술기법이 발달해 치료성적이 날로 향상되고 있다. 약물과 수술을 통해 거의 모든 간질이 치료될 수 있으므로 환자나 가족들의 올바른 이해가 시급하다.<홍승철 성균관대 의대 교수·삼성서울병원 신경외과>홍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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