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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 「바람」보다 「약속」 택했다/이인제 지사 불출마 배경·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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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 「바람」보다 「약속」 택했다/이인제 지사 불출마 배경·전망

입력
1997.08.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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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마 명분없고 지사직 사퇴 부담/여 전열 적극합류땐 대선 새 국면대선 독자출마 여부를 놓고 고심해 온 이인제 경기지사가 불출마쪽으로 의사를 굳힌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조순 서울시장의 출마의사 표명이 미칠 당내 파급을 우려하던 신한국당은 대선전열을 재정비할 수 있는 의미있는 계기를 맞게 됐다.

이지사는 최근까지 일부 측근들로부터 집요한 출마 종용을 받아 온 것이 사실이다. 이지사의 출마를 권유한 사람들은 무엇보다 「이인제 바람」의 차기 재현을 보장할 수 없다는 점과 이회창 대표의 지지율 하락에 따른 틈새를 활용해야 한다는 상황논리를 내세웠다. 당 경선과정에서 국민적 지지도를 확인한 이지사로서 고민을 거듭한 것은 당연했다. 이지사는 이 때문에 수차례에 걸친 이대표의 회동제의를 완곡히 거절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선뜻 도와주겠다고 말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일 것이다. 경선 이후에도 여의도 선거캠프를 그대로 유지해 왔고 오히려 과천의 청계포럼 조직을 여의도의 비전21 조직으로 통합, 사무실 규모까지 확장했던 것은 이같은 배경에서였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독자출마의 명분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 출마 강행을 막는 큰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대표가 두 아들 병역문제로 지지율이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이는 일시적인 악재일뿐 자유경선을 통해 선출된 부동의 여당후보임을 부인할 수 없다는 것이 그 첫째 이유였다. 상황이 아무리 유리하게 전개된다 해도 경선결과에 승복하겠다는 약속을 스스로 저버릴 수는 없다는 점을 이지사는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대선출마를 위해 지사직을 사퇴해야 하는 문제 또한 걸림돌이었다. 이지사는 12일 밤 측근들에게 『지사직 사퇴는 경기도민에 대한 배신행위』라면서 『독자출마를 위한 기반 역시 턱없이 취약한게 사실』이라고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지사의 뜻과는 관계없이 이대표가 낙마하는 등 의외의 상황에서도 이지사가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그는 11일 한국일보와의 회견에서 『미래에 관해 단정할 수는 없다』고 말해 불가항력적으로 자신을 필요로 하는 상황에 대해서는 대비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또 이지사의 불출마 의사가 곧바로 이대표의 대선승리를 위한 전폭적 지원으로 연결될 것으로 속단하기도 어렵다. 이지사는 여전히 집단지도체제 채택 등 당개혁을 강도높게 요구하는 등 자신의 당내입지를 강화, 보장하기 위한 몇가지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조만간 성사될 이대표와 이지사의 회동 결과에 따라 이지사의 대선협력 수준이 판가름날 전망이다. 이와관련, 이사철 대변인은 13일 『당 지도부에서 복수부총재 등 집단지도체제 문제가 거론된 바 없다』고 못박았지만 대선이후의 당체제 개편 가능성까지 완전 배제된 것은 아니다. 특히 강삼재 사무총장은 이날 이지사가 줄기차게 요구해 온 당소속 시·도지사의 당연직 당무위원 선임문제를 전폭 수용했는데 이는 이지사의 실질적인 대선 협력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지사가 신한국당의 대선전열에 합류할 경우 당내 주류 및 비주류의 통합작업은 한층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한동 박찬종 고문 등의 거취가 남은 관심이지만 이지사의 불출마 결심이 공식화할 경우 12월 대선을 향한 범여권 결속작업은 새로운 국면의 「시너지 효과」를 유도할 수도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정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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