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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가족 참사 유해 도착 따로따로/KAL기 참사 시신 귀국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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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가족 참사 유해 도착 따로따로/KAL기 참사 시신 귀국표정

입력
1997.08.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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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들 “장례 어쩌나…”/시신확인작업·운구절차 더뎌/일정조차 못정해 참담한 심정대한항공 801편 추락사고 희생자 시신 국내 운구가 시작되면서 유족의 슬픔과 고민이 더욱 커지고 있다. 가족단위 희생자가 많은 이번 참사에서 일부 가족의 시신만 확인했거나 운구된 유족들은 장례를 언제쯤 함께 치를 수 있을 지 막막해 하며 한숨만 내쉬고 있다.

13일 삼성의료원 영안실 12호 김종철(35)씨 영정 앞에는 아들 동건(14)군이 낯선 문상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아버지의 시신은 돌아왔지만 어머니 김경희(32)씨의 시신은 언제 운구될지 알 수 없는 상황 앞에서 어린 동건군은 참담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더욱이 지난해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된 이종사촌 이선호(13)군의 시신은 확인조차 되지 않은 상태이다.

동건군과 유족이 장례문제와 함께 더욱 난감한 것은 한강성심병원에 입원 치료중인 여동생 지영(13)이에게 부모님의 사망소식을 어떻게 알리느냐는 것. 지영이는 아직 부모님이 생존, 괌에서 치료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할아버지 김석보(70)씨 등 유족들은 『동건이 엄마와 선호의 시신이 올 때까지 발인을 미루겠다』며 『장례식은 시작됐지만 언제나 발인을 할 수 있을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슬픔을 내색조차 못하고 괌에서 사고수습활동을 하다 이날 귀국한 대한항공 괌지사장 박완순(44)씨는 부인 김덕실(44)씨의 시신을 삼성의료원에 안치한 뒤 인하대병원에 입원한 딸 주희(16·여)양에게로 달려갔다.

박씨는 주희가 『엄마랑 수진이는 왜 같이 안왔어』라고 묻자 결국 눈물을 감추지 못하고 엄마의 사망소식을 말해줬다. 주희양은 감당할 수 없는 충격에 상태가 악화, 그만 자리에 드러눕고 말았다. 박씨의 슬픔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아들 수진(12)이의 시신을 찾지 못한 것이다. 박씨는 아내를 경기 벽제 용미리 가족묘지에 안장키로 했지만 발인날짜는 정하지 못했다. 수진이와 함께 안장하고 싶기 때문이다.

희생자 시신 확인작업과 운구절차가 더디게 진행되면서 국내 유족의 이같은 고민과 슬픔은 눈덩이처럼 커질 수 밖에 없다.

한편 이날 상오 6시50분께 대한항공 801편 추락사고 희생자 시신 10구와 함께 김포공항에 도착한 유족 41명은 가슴저린 고통에 눈물마저 마른 듯 모두 침통한 표정이었다. 일부 유족은 트랩을 내리자마자 서러움이 북받친 듯 계류장에 주저앉아 땅을 치며 통곡하기도 했다. 유족들은 괌에서 서울로 오는 동안 기내식을 거의 뜨지 못한 채 창밖만 바라보며 눈앞의 현실이 믿기지 않는 듯 한 표정이었다.

태평양의 낯선 섬에서 비명에 간 시신들은 알루미늄 관에 담겨 사고 8일만에 고국땅을 밟았지만 유족들은 아직 찾지못한 가족들의 시신이 이른 시일내 운구될지, 장례만이라도 함께 치를 수 있을 지 근심에 차있다.<이동준·박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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