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도산에 부실여신 쌓여/신용등급 급락 해외차입 차질/시은 외화거래 부도직면 경고기아그룹의 부도가 유예된지 14일로 한달이 되지만 정부의 방관자적인 대응으로 부도기업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금융기관의 대외신인도 급락으로 해외차입이 어려워지는 등 기아사태의 파장은 확대일로에 있다. 실물부문의 연쇄도산으로 금융부문이 공황위기로 치닫고 있는데도 정부는 「민간부분 불개입」원칙만 강조하고 있다. 불황의 장기화는 물론 굴지의 시중은행들이 해외신용추락으로 자체적으로 외화자금을 조달하지 못해 중앙은행으로부터 긴급수혈을 받고 있지만 은행의 신용도가 개선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금융공황이 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13일 금융계와 재계에 따르면 기아그룹 김선홍 회장의 퇴진 등을 둘러싼 기아측과 채권금융기관의 줄다리기가 계속되는 동안 지난달 서울지역 부도업체수는 전달보다 40개나 증가한 5백14개에 달했다.
정부의 보증으로 신인도를 유지하던 금융기관들은 대기업의 잇단 부도로 부실여신이 쌓여가고 있으나 정부가 방임하는 바람에 신용등급이 하향조정되는 것은 물론 해외차입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
한보 기아 등 주거래기업의 좌초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제일은행의 경우 정부의 지원없이는 신용등급이 추가로 하락, 해외에서 장기채권을 발행할 수 없는 위기에 처할 전망이다.
금융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이 12일 7개 시중은행에 10억달러의 외화자금을 긴급 지원한 것과 관련, 이는 시중은행들이 외화거래에서 사실상의 부도(자금부족사태)에 직면한 것이라며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하지 않을 경우 큰 재앙이 닥칠지 모른다고 경고하고 있다. 멕시코사태나 태국사태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재정경제원 등 관계당국은 그러나 겉으로 드러난 각종 금리지표들을 내세워 『금융시장이 전체적으로는 안정되어 있는데 무슨 호들갑이냐』고 원칙론만을 되풀이하고 있으며 연일 대정부 건의를 쏟아내는 재계는 정부를 불신, 재계와 정부의 골은 점차 깊어지고 있다.
재정경제원 당국자는 『기아측 어음으로 부도난 기업은 아직 1개에 불과하다』며 『협력업체의 자금사정도 괜찮은 편으로 금융시장에 대한 위기는 기우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금융권 인사는 이에 대해 『한은의 이번 긴급지원은 시중은행의 외화조달에 문제가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라며 『정부가 지금처럼 방임하다가는 금융권 전반이 회복할 수 없는 공황사태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우경제연구소는 이날 『기아사태에 따른 소비 및 투자 심리냉각과 수출차질로 하반기 성장률이 0.3∼0.8%가량 떨어지는 등 복합불황이 예상된다』며 『특히 정부 및 금융권의 방임적인 기아문제 해결방식이 장기화할 경우 금융위기의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정희경 기자>정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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