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재벌그룹들의 문어발식 경영을 조장해 온 밑거름의 하나는 계열사간의 상호지급보증이다.정부가 뒤늦게 이 상호지급보증의 폐해를 인식, 93년부터 단계적으로 규제하기 시작했으나 여전히 상당한 규모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를 즉각 없애지는 못해도 적어도 정부가 발표한 98년 3월말 현재 자본금의 100%로의 감축계획은 관철돼야 할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97년도 30대 재벌그룹 채무보증 현황에 따르면 지난 4월1일 현재 이들 그룹계열사간 전체 채무보증규모는 64조3,600억원, 자기자본의 93.3%에 상당한다. 지난 93년의 342.4%에 비하면 크게 개선된 것이다. 또한 전체적으로 보면 자본금의 100% 미만이므로 감축계획이 정부의 계획대로 추진되고 있다고도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재벌그룹 하나하나 따지고 보면 빚정리를 해야 할 그룹이 하나 둘이 아니다.
30대 재벌그룹의 계열사가 자기자본의 100% 초과하여 지급보증한 금액은 모두 6조7,000여억원이다. 이것은 내년 4월 이전까지 전액 정리돼야 한다. LG·롯데·효성·코오롱·해태·한일 등 6개그룹은 전 계열사가 상호보증비율을 기준 이내로 줄였으나 나머지 24개 그룹은 그렇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서 특히 진로·거평·아남·신호·뉴코아 등이 150% 이상인 것으로 드러났다.
관련 재벌그룹은 앞으로 남은 7개월 동안에 계열사 보증비율을 100% 이하로 줄이지 못하면 초과분에 대해 10%의 과징금을 물게 돼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를 위반할 재벌그룹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하는데 이것은 반드시 빚을 감축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자본금을 높인다든가 아니면 보증을 신용으로 전환하든가 또한 법인보증을 대표이사보증으로 바꾸는 입보대체 등 여러가지 수단을 통해 기준에 맞출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목적달성을 위해서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이 관행화된 기업풍토이지만 재벌그룹들은 가능하다면 빚상환의 방법을 선택해 주었으면 한다. 재벌그룹의 계열사보증 규모 축소계획은 이미 예고돼 왔던 것인만큼 재계로서는 새삼 불만을 제기할 것도 없을 것이다. 재무구조 개선은 재계의 최대 당면 현안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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