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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세계정치학회/최상용 고려대 교수·한국정치학회장(화요세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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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세계정치학회/최상용 고려대 교수·한국정치학회장(화요세평)

입력
1997.08.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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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여 정치학자 내한 아시아 첫 개최 큰 의미/세계속의 한국위상 내보일 귀중한 기회세계정치학회(IPSA)가 서울에서 17일부터 22일까지 열린다. IPSA는 전세계 정치학자들의 대표적 학술연구 단체로 1949년 유네스코(유엔 교육과학문화기구)의 후원으로 파리에서 창설됐다. 현재 한국정치학회와 북한 사회과학자협회를 포함하여 50여개 주요국가 정치학회가 단체회원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130여개 정치학 관련 연구기관과 2,000여명의 개인회원이 가입하고 있다. IPSA는 3년에 한번 세계대회를 개최한다. 이번 서울대회에서는 200여 패널에서 1,000여편의 논문이 발표될 것이며 세계정치학회장, 한국정치학회장 그리고 한국 대통령이 기조연설을 하게 된다.

IPSA는 몇가지 이유에서 그 역사적 의의가 크다. 첫째 IPSA가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열린다는 사실이다. 지금까지 IPSA는 유럽과 남북미 여러나라에서 개최되었는데 이번에 아시아지역에서 열리게 됨으로써 IPSA를 문자 그대로 세계적인 조직으로 만들었다. 지금까지 서구인들은 세계를 서구와 비서구로 이분화하는데 익숙해 있다. 이번에 IPSA가 서울에서 개최됨으로써 서구 정치학자들이 다양한 문화중심으로 세계를 분류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길 바란다.

둘째, 17회 IPSA가 한국에서 열림으로써 서양에 뿌리를 두고 있는 정치학 개념의 보편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본다. 한국은 다른 아시아 지역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서양으로부터 정치학의 기본개념을 수용해왔다. 그러나 한국은 민족의 정체성때문에 정치학개념의 보편성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이를테면 싱가포르나 말레이시아, 중국 등은 「아시아 민주주의」의 특수성을 주장하면서 서구 민주주의에 비판적이다. 그러나 한국은 이 나라들처럼 인권에 대한 독자적 해석을 고집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인권이란 개념이 서구에서 만들어졌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부정하거나 그 보편적 성격을 폄하하지 않는다.

셋째, 서울 IPSA는 그 주제인 「갈등과 질서」에 가장 어울리는 회의가 될 것이다. 한반도는 제2차 세계대전후 가장 먼저 아시아 냉전의 초점으로 출발했으며 한국전쟁이라는 최초의 이념전을 치렀다. 그런데 세계적 수준의 냉전 체제의 붕괴에도 불구하고 아직 냉전의 마지막 고도로 남아 있다. 한반도야말로 냉전의 갈등을 극복하고 평화로운 질서를 창조해야 할 냉전사 최후의 실험장이 될 것이다. 세계적으로 정치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있고 현실의 한국정치가 지리멸렬하다보니 「한국으로서의 정치」마저도 평가 절하되고 있는 느낌이다. 그렇다고 해서 정치의 존재이유를 무시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굳이 루소의 얘기를 끄집어 내지 않더라도 인간의 행위 가운데 정치와 무관할 것은 없고 정치 이외의 다른 모든 분야도 정치적 결정여하에 따라 용머리도 되고 뱀꼬리도 된다.

그러기에 정치학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최고의 종합 학문으로 자리잡고 있다. 2,500년전부터 서양에서는 학문의 대종(Master Science)이라고 했고 동양에서는 수신제가 치국평천하의 학문으로 보지 않았는가. ISPA는 바로 동서양의 저명한 정치학자가 한자리에 모여 정치의 이론과 실제에 대해서 열띤 논쟁을 벌이는 자리이다. 그래서 ISPA는 가끔 정치학의 올림픽이라고도 불린다.

특히 서울대회는 한국의 정치와 정치학의 수준이 집중적으로 표현되는 귀중한 기회이다.

이번에 참석하는 정치학자는 80여개국의 2,000여명이 된다. 그들 대부분은 한국이 초행이고 자기 나라에서 TV를 통해서 학생시위나 노동자파업 등 갈등의 모습만 보다가 한국 민주화의 현장을 일주일 정도 관찰하게 된다.

이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한국의 이미지는 세계속의 한국의 위상을 판정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다. 따라서 이 대회가 흔히 볼 수 있는 국제 행사의 하나로 소홀히 다루어져서는 안될 것이다. 한국의 지식인, 정치인 그리고 양식있는 시민의 관심과 성원을 기대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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