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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괌」 관제부실 주목된다(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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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괌」 관제부실 주목된다(사설)

입력
1997.08.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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괌 아가냐 국제공항 관제탑의 최저안전고도경보시스템(MSAW)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우리는 지대한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사고 원인조사 착수 직후 조종사의 과실에 책임의 무게가 실려가는 듯 했으나 이 사실은 공항측의 책임 또한 가볍지 않다는 사실을 말해 주는 것이다.사고원인을 조사중인 미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측 발표에 따르면 이 공항 관제업무의 일부를 맡고 있는 미 공군 앤더슨기지 관제소의 경보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 이는 분명히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다. 그러나 이 공항의 착륙각도유도장치(글라이드 슬로프) 고장사실과 함께 경보장치마저 작동 안한 것은 괌 공항 관제기능 일부에 중대한 하자가 있었음을 말해 준다.

항공기는 정밀한 계기로 구성된 자동 이착륙 및 항법장치를 갖추고 있지만 이는 관제소의 정확한 유도기능과 서비스를 전제로 한 것이다. 계기고장 등의 가능성에 대비해 유도 및 경보장치를 두는 것인데, 이것들이 고장이라면 그것은 공항으로서의 존재이유를 상당부분 상실케 하는 것이다. 아직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단계이지만 고도 경보장치의 고장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조사 초기 미국측은 조종사의 과실 가능성을 암시했으나 사고기 블랙박스 1차분석 결과 추락직전 30분간 조종실의 이상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조사단은 또 항공기 정비에도 별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공항측 책임에 관련되는 사례들이다.

아가냐공항의 관제시스템이 복잡하고 관리가 이중구조로 돼 있어 조종사들에게 혼란을 안겨주는 것도 국제공항으로서의 면모가 아니다. 이 공항의 관제업무는 군과 민간이 영역을 나눠 관장하는 이원체제인데, 군 영역도 공군기지와 민간공항으로 업무가 분리되어 있다. 민간항공기 관제업무는 이례적으로 민간업체가 맡고 있다. 여객기 이용도가 낮은 한가한 공항의 관제업무는 몰라도 여객기가 연간 6만4,000여회나 이착륙하는 국제공항 관제업무가 민간에 맡겨진 것은 신뢰성의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 공항의 낡은 설비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관계자들의 증언에 의하면 몇해 전 미 해군기지가 철수할 때 최신 전자장비를 회수해 간 뒤 낡은 장비로 대체됐다. 각종 안전장치와 설비의 노후로 아가냐공항은 조종사들에게 기피공항으로 인식돼 왔다고 한다. 실제로 9일 이 공항에서는 잘못된 관제로 풀밭에 착륙하려던 일본항공(JAL) 여객기가 아슬아슬하게 사고를 모면한 일이 있었다.

이 기회에 우리는 그렇게 시설이 낙후한 공항에 우리 항공기가 한밤중에 줄지어 착륙하게 돼 있는 현재의 비행스케줄을 다시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시설이 나쁜 곳일수록 계기와 육안에 의한 착륙이 불가피해지는 경우가 많은 법이다. 이런 곳일수록 시계비행도 가능한 시간대를 택하는 문제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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