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를 물들인 10대 소녀가 산부인과 수술대 위에 다리를 벌린채 누워있다. 「날카로운 메스에 갈가리 찢기워지는 소중한 나의 생명은 마지막 울음도 남기지 못한채 떠나간다. 온몸에 고통을 고스란히 안고 폐허가 된 어린 몸을 애써 가누며. 지금 서 있는 이 곳이 종점일 거라 생각한다」. 국산 청바지 잠뱅이가 내놓은 충격광고 「낙태수술」편이다.이 광고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번져가는 청소년 문제를 해결해야 할 숙제라는 의미로 이슈화하려고 했다』는 제작사측 설명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광고표현의 하나라는 지적이 높다.
부탄가스통이 뒹굴고 있는 화장실에 쭈그리고 앉은 10대 소년의 모습을 담은 잠뱅이광고 1탄과 함께 이 광고는 한결같이 소비자들에게 혐오감을 불러일으킨다. 잠뱅이라는 회사가 이런 문제제기를 얼마나 성실하게 사회운동으로 이어갈지도 의문인데다 선정적인 장면으로 사람들의 눈길을 끌어보려는 얄팍한 상술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돌려따는」 맥주의 특성을 선전하기 위해 OB맥주가 내놓은 카프리 인쇄광고도 은근히 죽음을 미화할 가능성이 있는 광고. 「오프너여 안녕」이라는 제목으로 시작하는 이 광고는 마치 목매달아 죽은 사람처럼 병따개를 줄에 매어서 걸어 놓고 「카프리가 너의 삶에 휴식을 주었구나」라는 설명을 달았다.
월간 한국광고와 중앙리서치가 지난달 서울의 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안전·환경관련 광고표현에 대한 소비자태도 조사」에서도 위험한 광고가 많다는 지적이 높았다.
이 조사에 따르면 「안전의식이 없는 광고가 많다」는데 조사대상자의 62%가 동의했고, 「광고표현상 위험을 조장하거나 사고를 유발시킬 수 있는 광고」를 느꼈다는 사람이 39%에 이르렀다. 40대(45%)와 주부(47%)집단에서 상대적으로 이런 광고를 느낀 비율이 높았다.
안전의식이 없는 광고를 경험했다는 사람중에는 과속으로 질주하는 자동차를 표현한 대우자동차 라노스광고, 무너지는 다리 위를 빠르게 지나가는 프린스광고 등 자동차광고가 안전의식에서 가장 문제가 많은 것으로 지적했다. 고층빌딩 옥상에서 다이빙하는 장면을 담은 삼성전자 명품+1 TV광고도 위험한 표현을 지닌 것으로 지적됐다. 이밖에 배용준이 제트스키를 타는 장면을 담은 조선맥주 하이트광고,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 모습을 그린 뱅뱅 청바지광고, 집이 무너지는 장면이 나오는 데이콤 082광고 등도 안전의식이 모자란 광고에 포함됐다. 또 운전 중에 이동전화로 통화하는 장면을 담은 신세기통신 017휴대폰광고도 간접으로 사고를 부추길 수 있는 광고라는 지적이 많았다.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 김문환 심의실장은 『기능을 과장하기 위해 안전의식을 생각하지 않고 제작되는 광고가 많다』며 『특히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잘못된 생활태도를 부추길 우려가 있는 광고는 금지되어야 한다』고 말했다.<김범수 기자>김범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