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돗자리 하나만 펴면 ‘별유천지’대학 캠퍼스가 훌륭한 피서지로 도시민의 사랑을 받고있다. 도시는 「무더위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지만 대학 캠퍼스는 아름드리 고목이 만들어 내는 그늘과 요란한 매미소리가 어우러져 여느 해변이나 계곡 못지않다. 물론 「캠퍼스 휴양지를 이용하는 주고객은 학생들이지만 교직원, 교직원 가족, 인근 지역주민들의 발길이 부쩍 늘었다.
연세대 청송대는 소나무와 참나무 군락이 자랑거리. 정문에서 동·북문쪽으로 난 길을 따라 캠퍼스를 오르다 보면 청송대는 잘 가꾸어놓은 듯한 정원을 걷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 예나 지금이나 늦은 밤이면 은밀한 속삭임을 나누는 연인들이 찾아오긴 마찬가지. 그러나 요즘은 지역 주민들이 많이 오고있다.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한 환자들도 더위를 잊고 명상에도 잠길 겸 환자복 차림으로 산책을 즐긴다. 특히 동문 주변에 카페촌이 형성되면서 이곳은 더욱 각광받고 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청송대를 찾는다는 신모(74·서대문구 창천동)씨는 『시원한 공기와 새들의 지저귐, 매미들의 합창이 듣기 좋아 자주 찾는다』며 『피서지에 비할 바가 아니다』고 즐거워 했다. 북문 경비를 맡고있는 박은석(59)씨는 『열대야가 기승을 부릴 때는 하루 저녁에만 20여명의 주민들이 캠퍼스를 찾는다』며 『자주 오는 이들과는 인사를 나눌 정도』라고 말했다.
각 대학은 「피서지」를 1개 정도는 갖고있다. 서울대의 버들골 인근 숲은 관악산 바로 아래에 위치, 산바람이 좋고 그늘도 시원해 돗자리 하나만 펴면 더할 나위없다. 고려대 인촌기념관 본관 주변, 이화여대 후문 부근 산책로, 건국대의 일감호, 동국대 정문 입구, 경희대 교정 등도 각광받는 피서지이다.
캠퍼스 피서의 준비물은 간단하다. 잔디밭 낮잠을 즐기려면 돗자리 하나 정도 필요하겠지만 부채 하나면 족하다. 이제 갓 돌을 넘긴 딸을 유모차에 태우고 이화여대 캠퍼스에 나온 김모(32·주부)씨는 『답답한 집을 벗어나 아기에게 시원한 자연산 바람을 쐬여주기 위해 나왔다』며 『집 근처에 별 준비없이 찾을 수 있는 이런 피서지가 있다는 사실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행락객(?)이 많아지자 각 대학은 쓰레기처리문제로 골머리를 앓고있다. 이화여대 정문 경비실 최모(50)씨는 『돈 들이지 않고 더위를 피할 수 있는 좋은 휴식처를 함께 공유하기 위해서라도 음식물반입은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김정곤 기자>김정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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