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계·거리측정장치 등 조종실 계기판이 열쇠한미 합동조사단은 10일 아가냐 공항의 최저안전고도경보시스템(MSAW)이 작동하지 않아 항공기가 정상항로 아래로 비행했음에도 관제사가 조종사에게 경고를 보내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렇다면 항공기는 왜 정상항로 아래로 비행했을까.
수거된 블랙박스가 분석되면 원인이 분명히 밝혀지겠지만 또다른 유력한 원인규명수단으로 사고현장에서 현재 정밀조사중인 조종실내 각종 계기판을 주목하고 있다. 항공기 조종실에는 100여 종류의 첨단장비가 갖춰져 있으며 이중 착륙에는 고도계와 거리측정장치(DME), 속도계, 계기착륙장치(ILS)분석기, 항법장치 등이 주로 쓰인다. 사고기가 추락당시 균형을 유지한채 비행했고 공항 활공각지시기 작동도 멈춰 있었기 때문에 항법장치나 ILS분석기 등은 큰 의미를 갖지 않는다. 문제는 고도계와 DME. 아가냐 공항처럼 항공기가 활공각시설의 도움없이 착륙할 경우 이들 계기에 문제가 발생하면 바로 사고로 연결될 수도 있다.
고도계는 항공기에서 지상으로 전파를 발사해 되돌아오는 전파로 고도를 확인하는 전파고도계와 지상과 공중의 기압차로 측정하는 기압고도계로 나눠진다.
아가냐 공항은 주변이 산악·밀림지역으로 지형이 울퉁불퉁하기 때문에 측정치가 부정확한 전파고도계 대신 기압고도계를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열대지역인 괌은 수시로 기상상태가 급변, 기압이 5∼10분사이에 달라지는 경우가 많아 잘못된 기압정보가 조종석 고도계에 그대로 입력됐을 수 있다.
조종실내 DME에 대한 분석도 중요하다. 지상에서 접근하는 항공기에 전파를 발사하면 조종실내 DME가 이를 수신, 착륙지점과의 거리를 측정한다. 아가냐 공항의 경우 추락지점 부근 산등성이에 설치된 육상 DME는 평소에도 100∼500m의 오차가 생기는데 장비가 낡거나 정비불량일 경우 심하면 수㎞까지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 시계가 양호하면 이 정도 오차는 문제되지 않지만 폭우와 안개라는 악천후 속에서는 DME가 노후되거나 고장일 경우 조종사는 치명적인 판단착오를 일으키게 된다.
일본 JAL 소속 943편 항공기가 지난 9일 하오 아가냐 공항 활주로 바깥에 착륙할 뻔 했다가 다시 상승, 재착륙한 사실은 고도계나 DME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추론을 가능케 한다. 한미 합동조사단도 JAL 943편 항공기의 1차 착륙실패 원인을 분석, 고도계나 DME의 잘못이 발견되면 대한항공 801편 추락사고 원인을 규명하는데 결정적 단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결국 이번 사건의 원인규명은 이날 합동조사단이 밝힌 MSAW의 잘못 규명과 함께 조종실내 계기판 조사와 수거된 블랙박스의 분석으로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인다.<괌=특별취재반>괌=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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