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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 앞둔 공무원들 ‘접시 깰까 두려워 닦는 일 자체 기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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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 앞둔 공무원들 ‘접시 깰까 두려워 닦는 일 자체 기피’

입력
1997.08.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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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판단사안 책임추궁 우려 “몸사리기”감사원의 정기 감사를 앞두고 일선 공무원들이 바짝 움츠러들고 있다. 정권말기의 레임덕 현상과 맞물려 「몸 사리기」로 진전될 조짐이다.

정부당국자는 10일 『감사원의 감사활동이 너무 기계적이어서 소신껏 일을 처리했다가는 공직자로서 회복할 수 없는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며 『각 부처 공무원들이 집단반발이 예상되는 정책이나 규제개혁 작업 등을 이런저런 이유를 내세워 내년 이후로 미루고 있다』고 말했다.

시공업체의 건축설계 허용이나 단순 의약품의 슈퍼판매 허용 등 규제개혁과제는 집단행동 움직임을 보이자 뒷전으로 밀렸으며 농림부와 보건복지부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축산물 가공권 이관문제 등은 표류하고 있다. 적극적인 협의도, 조정자도 없다.

이에 대해 「대선을 앞둔 눈치보기」라는 지적이 뒤따르지만 정작 공무원들은 소신껏 일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최근 대기업의 연쇄부도사태에 대해 정부가 불개입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것과 관련, 정부내에서조차 「책임 피하기」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혹시 접시를 깨뜨릴까 두려워 접시닦은 일 자체를 하지 않으려 한다는 지적이다.

일부 공무원들은 새 정부들어 감사원 감사가 회계감사에서 직무감찰로 무게중심이 옮겨지는 바람에 자꾸 규정에 매달리게 된다고 실토했다. 실제 감사원이 정책 판단사안에 대해 규정위반 또는 직무소홀이라며 관련 공무원의 징계를 요청해 감사원과 해당 부처간 마찰이 빚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감사원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은 지난해 17건이며 이중 징계와 관련된 것은 11건에 이른다. 이의신청은 장관 등 소속기관장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드문 일이다. 정부부처 한 간부는 이와관련, 『피감사인의 처지인데다 감사인의 실적 등을 감안해 어느 정도는 양보한다』며 『웬만한 사안에 대해서는 이의신청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이의신청이 이 정도에 이르렀다는 것은 그만큼 감사원 감사에 문제가 있지않느냐는 것이다.

또 징계처분에 불복해 총무처 소청심사위원회에 내는 소청의 경우 지난해 1,054건이 접수돼 이중 436건(41.4%)이 받아들여졌다. 소청이 수용된 비율은 93년 54.9%, 94년 46.6%, 95년에는 50.4%에 달해 징계처분에 이의를 제기한 두명중 한명꼴로 구제 또는 관대한 처분을 받은 셈이다.

정부 관계자는 『감사원이 「소신행정」을 유도하기 위해 매년 100여명의 포상을 건의하지만 해당 공무원의 승복을 받아내지 못하는 몇 건의 징계결정이 그 효과를 반감시킨다』고 지적했다. 그는 『업무와 관련한 비리가 있다면 엄중처벌해야 하지만 정책판단 잘못 등에 대해서는 기관장에게 책임을 묻는 등의 감사관행 개선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정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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