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는 지난 수년간 위기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제적 경쟁력이 저하되었을 뿐 아니라 사회의 다른 제측면에 있어서 체제의 활력과 기능이 현저히 악화되고 있다. 물론 사회는 팽창과 수축, 성장과 지체를 반복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의 문제는 수축과 지체의 국면이 조금도 나아지는 것 같지 않다는 것이다. 국가적 차원에서 아무런 체계적 대책이 없을 뿐 아니라 구성원들의 심정적 분기마저 일어나고 있다. 구성원들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사회의 앞길이 어떠할 것인지 심한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잇단 대기업부도와 그 해결책의 모색에 있어서의 방향부재, 관련 주체들의 자기이해 집착 등은 우리 경제를 좌지우지해 온 경제인들과 정부관료들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키고 있다. 또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가 국가경쟁력 강화의 핵심적 요소라고 하지만 그 결과가 좋은 일자리들의 소멸로 이어지지는 않을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지 묻고 싶다.
경제의 체질강화를 위해 반드시 이루어내야 할 구조조정에 대해서 기업과 정부는 어떻게 대처해 왔는지 묻고 싶다. 이번에도 역시 자생적 체질강화가 아니라 국제적 환율변동 등의 외생적 조건변화에 의한 불황탈출의 요행수만을 기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 보아야 한다.
정치영역에서 현정권의 권위와 지도력의 상실은 이미 오랜 일이다. 대통령 개인의 범위를 넘어서는 구조적 리더십이 구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정치력의 총체적 부재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 현시스템이 문제이다. 비전과 정책의 성격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대선정국도 여전히 구세대정치와 후보 개인의 윤리문제로 이전투구의 양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니 국가 표류라는 표현이 조금도 지나치지 않다.
사회적으로 최대현안중의 하나인 청소년 문제도 가슴을 답답하게 한다. 학교에, 공권력에, 부모에게 책임을 돌리고 비난하기는 쉽지만 사실 청소년문제는 우리 사회의 가치관의 표류와 사회적 관리체계의 부재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일 뿐이다. 우리 사회에 만연된 부정부패의 문제와 소위 정권말기 관료집단의 무사안일, 보신주의적 행정부재 상태는 또 어떠한가.
이러한 총체적 위기상황에서 우리가 다시 한번 가다듬어 보아야 할 것은 바로 우리의 현실인식과 자기신뢰, 그리고 책임감이다. 현상의 많은 문제들의 저변에는 우리 사회의 현시스템에 대한 우리 스스로의 신뢰상실과 자기부정, 일체감의 철회가 자리잡고 있다. 이러한 신뢰의 철회는 현실속의 많은 문제를 가져오며, 이 문제들이 다시 사회에 대한 신뢰철회를 가속화시키는 악순환의 고리에 우리 모두가 들어서 있는 것이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악순환의 고리로부터의 탈출을 위한 해법은 누구의 손에 있는가. 그것은 특정한 개인이나 집단의 몫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손에 똑같이 놓여 있다. 우리 모두가 공동운명체로서의 우리 사회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긍정적 자기인식의 바탕 위에 서로를 격려하는 선순환의 고리를 구축해야 한다. 이러한 분위기의 발전을 위해 우리 사회의 행위주체들이 공동의 보조를 맞추며 각자의 역할에 충실할 때 위기탈출이 가능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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