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부담없는 젊은 부부층에 급속 확산피서철이면 어김없이 되풀이되는 줄이은 차량행렬, 수십만명이 쏟아낸 피서지의 쓰레기 악취, 바가지 요금 등은 무더위보다 더 짜증나는 일들이다. 이 때문에 「사서 짜증에 시달리지 않겠다」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피서철을 피해 휴가를 즐기는 피피족들이다. 휴가를 받지만 피서지에 가지않고 집안에만 「콕」 틀어박혀 있는 「방콕」족도 많다. 이같은 흐름의 휴가문화는 「7월 중순부터 한달간은 휴가자들로 시내에 차가 밀리지 않는다」는 정설에 변화가 있는데서 잘 드러난다.
피피족은 사람과 차량들로 붐비는 휴가철을 피해 여유있는 여행을 즐기려는 부류다. 이들에게는 에어컨이 나오는 사무실이 좋고, 집 근처의 구·시립 도서관이 최적의 피서지다. 꿩먹고 알먹는 것이다.
피피족은 자녀들의 여름방학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휴가철을 이용해야 할 필요가 없는 싱글이나 젊은 부부층에서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휴가철이 시작되기 전인 7월 초·중순에 일찌감치 다녀오는가 하면 아예 8월말이나 9월달로 미룬다. 가을단풍이 절정인 10월이나 겨울 정취를 만끽할 수 12월도 괜찮다.
휴가철을 벗어나면 막힘없는 도로를 달려 예약이 필요없는 숙소에서 쉬고, 바가지요금을 걱정할 필요없는 편의시설을 「대접」을 받아가며 이용할 수 있다는 매력도 있다.
더욱이 올해는 추석연휴가 예년에 비해 빠른데다 연 사흘간이나 돼 굳이 「아까운」 정기휴가를 허비하지 않고 여름휴가를 대체할 수 있다. 이래저래 올해는 피피족과 방콕족이 늘기에 좋은 조건을 갖췄다.
서울 종로구 H사 김동석(30)씨는 『해변과 산에 몰린 언론의 피서인파보도를 보고 여름휴가는 포기했다』며 『6일 정기휴가중 3일만 휴가를 받아 추석연휴와 연결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나머지 3일은 일요일을 끼어 겨울에 여유있게 사용할 계획이다.
휴식과 재충전이 아니라 몸과 마음이 지쳐 돌아왔던 여름휴가를 피해 2년째 9월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오석준(32)씨는 『지난해 9월 중순께 설악산을 찾아 휴가다운 휴가를 즐겼다』며 『올해는 사람들이 별로 없는 한적한 바다를 찾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피피족 추세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여행에서도 확연하게 나타난다. 수십명씩 몰려다니면 현지인의 「봉」이 되거나 푸대접을 받기 일쑤지만 단촐한 여행은 여유가 있어 좋고 그래서 배움의 기회도 갖게 된다.
고려관광 해외여행부의 정관수(34) 과장은 『경기 탓도 있겠지만 휴가철의 해외여행객이 눈에 띄게 줄었다』며 『추석연휴는 늘 붐볐지만 올해는 특히 기간이 길어 짧은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늘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휴가자들이 분산되면서 서울의 도로는 차량이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
서울경찰청 교통정보센터 김모(50) 경사는 『예년에는 대학 여름방학만 시작해도 교통량이 달라졌었다』며 『그러나 올해에는 휴가철 성수기를 맞았는데도 서울시 교통량이 눈에 띄게 줄어들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고속도로의 휴가차량 증가율도 예년보다 크게 떨어졌다.<김동국 기자>김동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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