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년 걸프전 당시 미군측의 오폭으로 아군 피해가 잇따라 첨단 전자전이라는 평가를 무색케한 일이 있다. 당시 미군은 이라크가 발사한 스커드미사일을 막아내기 위해 패트리어트미사일을 쏘아 올렸으나, 패트리어트에 맞은 스커드미사일 잔해가 미군막사를 덮쳐 많은 미군들이 숨졌다.또 미군 전투기들이 아군을 이라크군으로 착각, 공격을 가해 적지 않은 인명피해를 낳기도 했다.
원유가격 인상이 먼저 떠오르는 걸프전은 우리에겐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니다. 그런 과거사를 떠올리는 것은 기아사태에 임하는 정부와 채권은행단의 모습이 걸프전의 미군과 흡사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정부와 채권단은 기아사태를 조기에 마무리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김선홍 회장 퇴진 등을 요구하며 자금지원을 중단한데 이어 급기야는 기아측이 외국은행으로부터 받는 신용장 매입까지 거부하고 나서 기아그룹의 손발을 꽁꽁 묶어 놓았다.
물론 채권단의 방침이 모두 잘못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심각한 경영난을 초래한 전문경영인(김회장)은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은 일면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채권단은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채권단의 신용장매입 중단이 계속될 경우 기아그룹의 수출차질액은 매달 2억달러를 넘게 된다. 올 상반기 무역적자가 100억달러에 육박한 점을 감안하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규모다.
채권단이 채권회수를 위해 각종 행동을 취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로 인해 수출이 차질을 빚고 국제신용도까지 떨어져 최악의 상황에 와있는 국가경제가 더 멍들 경우 채권단으로서도 전혀 득될 것이 없다.
정부와 채권단의 「기아죽이기」는 자칫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우을 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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