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조사전문인력 고작 4명/“국가이해 대립땐 불이익 우려”항공기사고의 원인을 정확히 진단하고 대책을 수립해야 할 전문가가 턱없이 부족하다. 이때문에 대한항공 801편 추락사고의 경우처럼 사고원인을 놓고 국가간 이해가 엇갈릴 경우 불이익을 당할 수 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번 사고에서도 미국 언론들은 전문가가 전무하다시피 한 우리측 사정을 간파, 일찌감치 사고원인을 「조종사의 과실」로 몰아가며 국익보호에 나서고 있다. 괌에서 활동중인 우리 조사반은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미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가 만의 하나 사고원인을 왜곡할 경우 속수무책일 수 밖에 없다.
규모에서는 항공화물운송 세계 3위, 연간 수송여객 3천8백만명의 세계 10대 항공대국이지만 사고예방과 사후관리에는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항공기사고 조사 전문인력은 건설교통부 항운국 소속 사무관급 이하 직원 4명이 고작이다. 그러나 이들의 역량은 블랙박스 관제시스템 정비 등 복잡하게 얽힌 항공기사고의 원인을 찾아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항공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건교부 관계자는 『조사요원의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지만 장기간이 요구되는 항공기사고의 특성을 감안하면 조사기능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항공기의 안전성과 사고예방을 위한 정부차원의 인력과 기구의 부족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인명피해를 동반하는 항공사고(ACCIDENT)는 물론이고 치명적인 사고와 연결되는 잦은 경미한 사고(INCIDENT)에 대해서는 아예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고있어 항공기 대형참사의 위험은 상존하는 실정이다.
반면 미국 일본 영국 등 선진국은 사고시 항공 철도 해운 등 수송분야를 망라한 전문가들이 체계적인 조사를 실시, 사고예방의 교훈으로 삼고 있다. 74년 발족한 NTSB는 선박 도로 항공사고 현장에서 연방정부나 주정부보다 사고조사의 우선권을 갖고 독자적으로 원인을 규명한다. NTSB는 사고관련 회사에 권고를 내리게 되는데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이행비율은 90%에 가깝다.
또 항공기와 관련된 경미한 사고에 대해서는 조종사에게 면책권을 주는 대신 항공우주국 산하 바텔연구소에 보고토록 하고있다. 이같은 방식으로 NTSB는 76년이후 35만건의 크고 작은 조종사실수 등을 보고받아 유형별로 분석, 제도개선과 항공기 안전운항에 활용하고 있다.
한국항공진흥협회 이정학(50) 조사연구부장은 『테러 사고 등으로 지난해 90명 이상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국경없는 항공사고」는 90건에 달했다』며 『운송체계가 첨단화 대형화하는 만큼 전문가들을 양성하고 독립적인 사고조사 및 구난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정덕상 기자>정덕상>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