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대통령의 사면문제와 관련, 9일 청와대의 한 고위당국자가 「현정부 임기내 사면가능성」을 시사하고 나서 이 문제가 다시 정가의 관심사항으로 떠올랐다. 특히 이같은 발언이 나오기 전부터 여야는 서로 상대방이 「정략적인 차원에서 사면문제를 다루고 있다」며 신경전을 펼친바 있어 전·노씨의 사면문제는 점차 정치권의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는 형국이다.◎청와대 입장/“결자해지 알지만 시기상조 부정적”
청와대는 두 전직대통령의 사면에 대해 아직은 부정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여권 일각에서 「결자해지」를 내세우며 김영삼 대통령이 나서서 사면해 줄 것을 바라는 분위기가 있음을 알고 있으나 국민 정서는 다르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청와대는 또 여권 일부가 주장하는, 사면에 앞선 형집행정지 처분도 적절치 않은 방법이라는 입장이다.
청와대 관련 참모진은 최근 김대통령에게 이 문제를 둘러싼 정치권의 움직임을 종합보고하면서 「사면을 검토할 시기도 상황도 아니다」는 의견을 냈으며 김대통령도 같은 생각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특히 한보사태의 여진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두 전직대통령의 사면을 서두를 경우 국민적 반발이 일어날 우려가 있다고 보고있다.
청와대는 이회창 신한국당 대표가 정치여건의 변화에 따라 사면을 건의해 올 경우 신중히 검토한다는 신축적 자세는 보이고 있으나 이대표도 섣불리 사면 문제를 다루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이대표가 만약 대선에서 당선된 뒤 국민 대화합 차원에서 건의를 한다면 김대통령도 고려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신한국 입장/대선전략차원 선거전 실현 기대감
이회창 신한국당대표는 사면문제에 대해 몇가지 원칙을 세워놓고 있다고 측근들이 전한다. 먼저 사면시기와 관련해 「늦어도 대통령선거전」에 조치가 이뤄지기를 바라는 분위기이다. 한 측근은 『이대표는 대통령선거가 국민대화합의 전기가 되길 바라고 있다』며 『전·노씨 사면문제에 관해서도 이런 차원에서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대표는 그러나 사면이 너무 일찍 이뤄지는데 대해서는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관련 그는 대선후보로 당선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현 시점에서 이를 얘기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었다. 이에대해 측근들은 『대법관출신으로서 화합못지 않게 법의 권위와 안정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게 이대표의 소신』이라고 설명했다.
이대표는 또 사면을 자신이 직접 건의할 지 여부를 놓고서도 결론을 내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핵심측근은 『이대표는 법률가 출신이어서인지 사면문제를 정치적인 카드로 활용해서는 안된다는 소신을 갖고 있는 듯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상당수 당관계자들은 『영남표흡수라는 대선전략적 차원에서 이대표가 조만간 사면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정리, 실행에 옮길 것』으로 보고 있다.
◎야권 입장/먼저 사과하고 여론지지도 있어야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적법절차에 따른 사면은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시기와 방법 등 각론에선 미묘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국민회의는 이와관련, 두가지 원칙을 정리해 놓고 있다. 하나는 전·노씨 두사람의 진솔한 사과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국민여론이 사면을 지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대중 총재 자신도 이미 여러차례에 걸쳐 이같은 언급을 한 바 있다. 국민회의로선 고충도 없지 않다. 전·노씨 사면카드를 통해 불모지나 다름없는 대구·경북의 민심에 한걸음 더 다가설 수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여전히 강경한 광주 현지의 분위기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 당지도부는 5·18관련단체 등의 의견을 적극 수렴, 『국민여론이 찬성하지 않는 사면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김종필 자민련총재는 「전·노사면」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한결같은 대답을 한다. 국민들이 용서하라고 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순리대로 풀어야 하고 두 전직대통령에게도 생각할 여유를 줘야 한다는 것이다. 김총재는 지난달 24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위헌소지 논란까지 불러 일으키며 소급법을 만들어 처벌해 놓고서 선거가 있다고 해서 대법원 최종판결이 내려지자마자 특사운운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김총재는 『최근 정부와 여당에서 전·노 사면설을 흘리고 있는데 그같은 발상자체가 불순하다』면서 『이 문제를 대선과 절대 연결시키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손태규·신효섭·장현규 기자>손태규·신효섭·장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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