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조달마저 삐꺽/일부 부도가능성도국내금융계에서 최대의 호황을 누려온 종합금융업계가 사상 최악의 경영난에 직면해 있다. 대형 부도에 따른 부실채권급증, 은행의 단기고수익 상품취급에 따른 수신압박, 외화자금조달 차질 등 3중고로 금융계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졸지에 「낙동강 오리알」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다.
9일 금융계에 따르면 올들어 기아 한보 진로 대농그룹 등 대형 거래업체의 잇딴 좌초로 9조원에 달하는 부실채권이 발생한데 이어 은행권의 수시입출금식예금(MMDA)으로 뭉칫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여신과 수신에서 동시에 큰 압박을 받고 있다. 여기에다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들이 종금사에 빌려준 외화자금을 회수하고 있어 외화자금조달에서도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종금사 영업의 핵심인 「여신-수신-외화자금」의 3각축이 동시에 붕괴되면서 종금사의 존립기반이 순식간에 허물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금융권 일각에서는 『올 연말께 경영난을 이기지 못한 4, 5개 부실종금사가 도산하는 것을 신호탄으로 그동안 설로만 나돌던 금융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종금사 몰락위기는 여신측면에서 시작됐다. 올해들어 촉발된 대형거래업체의 도미노적 몰락으로 9조원에 달하는 운영자금이 회수불능 상태에 빠지면서 위기가 시작된 것이다.
현재 종금업계가 한보(1조4,040억원) 삼미(5,500억원) 진로(8,764억원) 대농(6,350억원) 기아(4조5,800억원)사태로 떠안게 된 부실채권은 8조454원 가량인데 금리를 연 13%만으로 잡아도 연간 최소 9,000억원가량의 이자수입이 끊긴 셈이다. 대형 종금사의 경우 납입자본금이 500억원에 불과하고 지방의 소형 종금사는 200억원에 그치는 것을 감안하면 가히 치명적인 수준이다.
게다가 종금업계의 최대고객이던 은행이 신탁계정을 지난 6월 한달동안에만 기업어음(CP)매입물량을 7,392억원이상 줄이는 등 종금사와의 거래를 기피하는 것도 여신부문 운영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은행권 단기상품의 금리를 자유화시킨 「4단계 금리자유화」조치는 자금조달(수신)부문에 타격을 가했다. 종금협회에 따르면 지난 6일 현재 종금업계 전체의 어음관리계좌(CMA) 규모는 9조3,632억원으로 MMDA가 출시되기 직전인 6월말(9조7,998억원)에 비해 4,366억원이나 감소했다. 종금사에 불안감을 느낀 단기투자가들이 은행으로 몰리면서 불과 한달동안 4,000억원이상의 뭉칫돈이 빠져 나간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최근에는 대외신인도 추락으로 위기감을 느낀 산업은행 등 일부 국책은행이 지난 7월 미국과 유럽등지에서 차입, 종금사에 빌려줬던 4억달러가량의 외화자금을 회수할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부문이 취약한 일부 전환종금사들은 대출금을 상환하기 위해 「외화리스자산」까지 시장에 마구잡이로 내놓는 등 극단적인 자구책까지 등장하고 있는 형편이다.
종금업계의 이같은 경영위기에 대해 이상희 하나은행이사는 『구조조정이 실물부문에 이어 금융부문에서도 일어나기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경영난이 심각한 일부 종금사의 경우 올해안에 부도위기에 몰릴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전문가도 『산업부문이나 금융부문을 막론하고 구조조정은 불가피한 현상이지만 금융기관의 부도가 미칠 파급효과는 기업부도와는 차원이 다르다』며 『일부 부실종금사의 부도에 대비한 금융당국의 사전예방대책이 필요한 때』라고 지적했다.<조철환 기자>조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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